한경 밀레니엄 포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어려운 車산업 '광주형 일자리'가 좋은 모델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화 현실적으로 어려워
원격의료법안 올해 정기국회서 처리할 것
'신기술 판명 위원회' 만들어 新산업 규제 완화"
[ 김우섭/배정철/박종필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지난 1년간 소득주도성장의 이론을 닦았으니 이젠 혁신성장에서 성과를 낼 때”라며 “중국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한국에서 못하는 일이 없도록 규제를 확 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기업과 함께하는 혁신성장’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대규모 자금의 벤처투자는 대기업밖에 할 수 없다”며 “지배구조 문제와는 별개로 대기업이 벤처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은 업종별 또는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입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자영업이나 기업의 애로사항은 열심히 듣고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까지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국회 입법을 통해서라도 앞당겨 시행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렇게 사회적 문제가 될지 예측하지 못했다. 지적한 대로 업종별 또는 지역별 차등 적용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을 냈다. 예를 들어 시간당 최저임금이 경남 창원은 1만원, 울산이 7000원이라고 하면 양질의 노동자가 다 창원으로 몰려갈 것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도 업종별 분류가 쉽지 않아 어렵다. 다만 인상 속도는 조절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미 조절하고 있다.
▶김태기 교수=노동계가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지 의문이다. 당장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기업이 도산 위기에 처해도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홍 원내대표=노동계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한계는 이들이 상위 10%의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조직이란 점이다. 조합원 권익을 지켜내는 게 주목적이다. 노동계가 경제 주체로서 한국 경제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역할도 분담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상위 10% 노동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하위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자는 것이다.
▶김태기 교수=노사 문제로 자동차산업이 10년 이상 못 갈 것 같다. 한국GM이 대표적이다. 노조는 회사가 어려워도 자기 이익만 추구하더라.
▶홍 원내대표=동의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10년이 아니라 당장 내년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고임금 구조를 없애는 광주형 일자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임금은 현재의 60% 수준만 주고 임대주택 등을 제공해 생활비를 줄여주는 방향인데, 좋은 일자리 모델이 될 것 같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남북한 화해 무드 속에 경제협력 기대가 높지만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남북 경협의 로드맵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역시 지나치게 청와대 주도로 추진되는 것 아닌가.
▶홍 원내대표=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자금이 전체의 10% 수준이다. 예컨대 100조원이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10조원 정도 투입하고 나머지는 차관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필요 예산은 국민에게 상세히 알릴 예정이다.
▶전삼현 교수=혁신성장 정책을 들고나와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중요하다. 스마트팜이 대표적인데,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농민 반대로 진척이 안 된다. 이해관계가 조정돼야 할 것 같다.
▶홍 원내대표=스마트팜 등 혁신 산업에는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을 해줄 예정이다. 올해 2개였던 스마트팜 사업도 4개로, 예산만 3000억원을 늘렸다. 농민단체의 반발이 걱정되지만 수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잘 설득할 자신이 있다.
▶이상만 중앙대 명예교수=남북 경협과 관련해 당위성보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말해야 한다. 통일 경제특구와 산업특구를 어떻게 연결할지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협 방안이 필요하다.
▶홍 원내대표=인천 강화에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여기서 1000억원을 들여 1㎞ 길이의 다리만 지으면 북한의 해주 경제특구와 연결된다. 인프라만 조성되면 우수한 북한의 노동력과 한국의 자본을 연결할 사업이 얼마든지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의 서비스업은 생산성이 낮고 낙후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비스업 규제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여당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에 관해 어떤 의견이 있나.
▶홍 원내대표=보건 의료계 반발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원격진료 관련 법안(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의료법)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것이다. 야당과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 관광산업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과 같이 전통문화 상품화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소영 교수=규제혁신 법안을 살펴보면 신기술로 판명되면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있다. 어떤 기술이 혁신성이 있는지 또는 신기술인지 자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홍 원내대표=신기술 분야는 ‘신기술 판명 위원회’ 등을 구성해 규제를 완전히 없애줄 방침이다. 민간 최고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속도감있게 처리해나가겠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혁신성장을 위해선 하나의 정책으로 끝나면 안 된다. 하지만 법인세를 높이고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강화하는 등 기업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홍 원내대표=좋은 정책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서도 계승할 점이 많다고 본다. 기업이 잘될 수 있는 생태계가 잘 조성되도록 신중하게 집행하겠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자영업을 살리려면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정보 수집이 잘 안 된다. 빅데이터 활용 등을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 원내대표=전체 자영업자 460만 명 가운데 고용이 없는 자영업자가 300만 명이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등 영세한 사업자이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폐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을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빅데이터 활용 문제도 자영업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본다.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현 정부가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대기업 때문에 성장 기회를 못 가진 건 아니다. 혁신성장 역시 정부가 아니라 기업 주도로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홍 원내대표=좋은 지적이다. 다만 이분법적 사고는 아니다. 그렇게 바라볼 시간적 여유도 없다. 대기업도 한국 경제의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에 책임을 함께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 과거 어떤 정부보다도 대기업에 관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벤처투자 등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럴 역량이 대기업에만 있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관련 입법도 이어지고 있다. 친기업적인 규제혁신 법안 등을 여야 협치로 풀어나갈 것을 권한다.
▶홍 원내대표=지난달 국회에서 10년 넘게 논쟁이 된 법안들도 통과됐다. 기업 등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균형있게 추진해나가겠다. ‘기업 기 살려주라’는 지적을 많이 듣는다. 정부·여당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와 입법부가 그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우섭/배정철/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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