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에게 ‘상사갑질’ 방지책 마련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파워하라(パワハラ·파워+해러스먼트)’방지책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관련 법률을 정비키로 했습니다.
기업에 상담 창구를 설치하고, ‘파워하라’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기업에 재발방지책을 요구키로 했습니다. 악의적인 사례가 잇따르는 기업명을 공표해 악습이 반복되는 것을 막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상사갑질이 발생한 기업에 대한 처벌은 하지 않은 방향으로 정책의 줄기를 잡았다는 설명입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노사 대표들이 이달 중 논의를 시작해 연말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내년도 의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상사갑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만연한 직장 내 부조리로 생산성 하락과 작업 의욕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대 근로자 단체인 렌고(連合)에 따르면 지난해 18~69세의 남여 직장인 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약 56%가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7년에 노동국에 접수된 ‘왕따·직장상사 괴롭힘’ 상담 사례도 7만2000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상담건수는 6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이처럼 상사갑질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각한 상사갑질의 경우엔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상사의 과도한 질타 등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걸린 사람에게 진료비 지급이나 휴업보상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지만 모든 피해사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업들의 대비 상황도 미흡합니다. 2016년 조사에서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의 90%가 상사갑질 문제에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100인 미만 기업에선 대비율이 30%에 못 미쳤습니다. 일본 기업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대책마련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후생노동성은 사후구제 뿐 아니라 피해 예방이 중요하다고 보고 기업에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그동안 일본 기업문화는 서구 기업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 결과, ‘세쿠하라(성희롱)’ ‘파워하라(상사 갑질)’ ‘마타하라(임신 여성에 대한 괴롭힘)’ 같은 직장 내 ‘괴롭힘’, ‘따돌림’문제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일본 기업과 사회가 ‘상사갑질’ 등 직장 내 위계, 권력관계와 직결된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