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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법무부, 법원에 의견서 제출
"개인평점 낮게 줘 입시 불이익"
아시아계·하버드 소송 새 국면
하버드 "다양성 위해 제한" 반박
소수 인종 우대정책 논란 커져
인종 안 따지는 캘리포니아공대
아시아계 비율 40% 넘어
[ 유승호 기자 ] 미국 법무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버드대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을 차별해 왔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시했다.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고의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며 아시아계 학생 단체가 하버드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주장은 ‘인종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아시아계 입학생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흑인과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 인종 입학생이 줄어들 수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美법무부 "하버드, 아시아계 입학 고의로 차별"
법무부는 제프 세션스 장관 명의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하버드대는 입학 심사에서 인종 요소를 고려하고 있다”며 “이것이 아시아계 학생에 대한 불법적인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견서는 “납세자들의 돈을 받는 하버드대는 법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인종차별 없는 입학 정책을 시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어떤 미국인도 인종 때문에 입학 허가에서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계 학생들이 주축인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은 2014년 아시아계 학생들이 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하버드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하버드대가 ‘개인 평점’을 낮게 주는 방법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을 차별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에서 만점을 받는 등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시아계 학생들이 개인 평점을 낮게 받아 다른 인종 학생들에게 밀린다는 것이다. 개인 평점은 지원자의 긍정적 성향, 호감도, 용기 등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이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SFA의 주장이다. 법무부도 의견서에서 “개인 평점은 모호하고 인종적 편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수 인종 우대정책’의 역설
이 논란의 역설은 아시아계 차별이 소수 인종 우대정책의 결과라는 점이다. 아시아계도 미국에서 소수 인종이지만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 학생이 많아지면서 주요 대학 합격자가 늘어났다. 흑인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 인종과 균형을 맞추려면 아시아계 학생 수를 제한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 같은 소수 인종 우대정책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아시아계의 명문대 진학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흑인 히스패닉 등은 줄어들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입학 전형에서 인종적 요인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주에선 아시아계 학생의 비율이 훨씬 높다. 2016년 기준 캘리포니아공대의 아시아계 비율은 43%, UC버클리의 아시아계 비율은 42.3%로 백인보다 높았다. 올해 하버드 입학생 중 아시아계는 22.7%다.
하버드대는 ‘다양성’을 위해 입학 심사에서 ‘인종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법무부 의견서에 대한 공식 성명에서 “하버드대는 어떤 출신 그룹도 차별하지 않는다”며 “인종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등 23개 대학은 지난 7월 “입학 전형에서 지원자들의 인종을 고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불법적인 개입”이라며 하버드대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연방 대법원 판례는 신입생 선발 시 인종별 목표 비율을 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학생 구성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입학 전형에서 인종을 감안하는 것은 허용한다. SFA와 하버드대 간 재판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다.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국제부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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