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도·인도네시아 등
美, 특혜 관세 중단 검토
"평평한 운동장 만드는 작업"
1차 대상은 아·태 지역 25개국
올 가을 중동·아프리카로 확산
시장개방 압력 수단으로 쓸 듯
[ 설지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전쟁 전선을 중국을 넘어서 개발도상국과 저개발 국가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에콰도르, 피지 등 121개 개도국을 대상으로 특혜관세 혜택을 주던 연방정부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할지와 중단할지를 놓고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개도국의 수출 확대 및 공업화 촉진을 위해 일반특혜관세제도(GSP)란 이름으로 이들 국가의 대미 수출품에 무관세 또는 낮은 관세를 적용해왔다. 1976년 시작된 이 제도는 농수산품과 공산품 등 수천 개 품목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미국의 GSP 수혜국에서 졸업했다.
미국인 목사 구금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는 관세특혜국 퇴출의 우선 표적이 됐다. 터키는 미국의 GSP 대상국이지만 미국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두 배로 올리는 보복조치를 발표하면서 GSP 수혜국 지위를 사실상 잃게 됐다.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도 관세특혜국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통보를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태국이 락토파민 호르몬을 주입한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높은 검역 비용을 물게 하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는 높은 무역·투자 장벽 문제를, 인도에는 유제품 및 의료기기와 관련한 통상장벽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통상 공세가 수개월 안에 아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작부터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10월부터 특혜관세를 받는 국가를 대상으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접근을 허용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격 여부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1차 검토 대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25개국이고 올가을부터는 동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국가로 확대될 예정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미국 기업들을 위한 평평한 운동장 만들기”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혜관세를 개도국에 대한 시장개방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무역센터의 데보라 엘름스 사무국장은 “미국이 특혜관세 지위 재검토를 이용해 상대국을 협박하고 양자 무역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고자 한다”며 “미국은 많은 상품이 유통되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에 개도국으로서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GSP를 통해 특혜관세를 받은 개도국 제품은 2016년 기준 총 190억달러로 미국 수입액(약 2조2000억달러)의 1%에도 못 미친다. 미국에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국가들에선 상당한 수출 비중을 차지한다.
■일반특혜관세제도(GSP)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면세 혹은 낮은 관세 혜택을 주는 제도.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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