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나 10년 뒤나 한국은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일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자국의 289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가별 R&D 능력 평가의 한 대목이다. 일본 기업들은 일본의 기술력이 현재 3.8점(5점 만점), 10년 뒤 3.7점인데 한국에 대해선 현재와 10년 뒤 모두 3.2점으로 매겼다. 기술격차가 여전할 것이란 얘기다. 반면 중국은 3.4점에서 4.3점으로, 인도는 3.0점에서 3.8점으로 급상승할 것으로 평가했다. 도요타자동차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간판기업들이 내린 냉정한 평가다.
이번 조사를 보면 중국·인도 기업들에 추월당할 것이란 일본 기업들의 경각심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에서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 일본을 제치고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도 기초과학, 풍부한 IT 인력, 영어권 등을 토대로 일본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이 인구 대국들의 기술 발전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또 미국(4.6점→4.5점), EU(4.2점→4.1점)에 대한 경계도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은 두려운 대상이 아니다. 신흥국 중 10년간 기술력 증진이 없을 유일한 나라로 꼽은 게 한국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3.2점에서 10년 뒤 3.5점으로 일본을 바짝 따라붙고, 대만도 2.9점에서 3.1점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한국은 제자리인데 중국·인도는 뛰고, 선진국과의 격차 해소는 요원하다는 현실을 일본 기업들의 눈으로 재확인한 셈이다.
중국은 이미 슈퍼컴퓨터, 드론 등에서 세계 최고다. AI도 10년 내 미국을 앞지를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다. 인도 역시 잠재력에선 중국 못지않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이미 범용기술을 중국에 거의 따라잡혔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에선 명함조차 내밀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GDP 대비 R&D 투자비중 세계 2위니, 일본 7대 전자회사 영업이익을 다 합쳐도 삼성전자 하나만 못 하다느니 하는 공허한 자랑만 해왔다. 이런 판국에도 규제 혁신은 차일피일이고,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인다.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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