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5G 시장 눈독 들이는 中 화웨이
'연결 기술'이 미래 경제의 승자 결정
이윤·시간 압박에 급히 결정해선 안돼
오승렬 < 한국외국어대 교수 중국외교통상학 >
지난달 18일 국내 통신사를 대상으로 이른바 5세대(5G) 이동통신을 위한 고주파대역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됐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봄 한국은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정작 상용화의 핵심인 단말기는 아직도 개발 중이며,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장비 공급자 선정에 고심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국의 거대 정보통신기업인 화웨이(華爲)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의 5G 통신장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최대 통신장비 공급자인 삼성전자는 기존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국 5G 통신망이 3.5㎓ 고주파 대역인 데 비해 28㎓의 초고주파 대역을 중심으로 장비를 개발해 온 까닭에 기술적 적응이 필요하다. 정부의 통신비 저감 정책으로 인한 수익률 압박과 5G 주파수 확보에 들어간 비용 회수를 감안하면 통신 3사에는 화웨이 통신장비의 ‘가성비(價性比)’가 매력적일 수 있다.
그동안 화웨이는 중국 정부 및 군(軍)과의 불투명한 관계로 인해 국제사회의 의심을 받아왔다. 창립자 런정페이가 군 출신인 데다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지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공회(노동조합)가 지분을 관리하며, 3인의 최고경영자(CEO)가 6개월씩 돌아가면서 경영하는 방식이 중국 정부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불과 30년 전 홍콩 기업의 하청 업체로서 간단한 전기 제품을 생산하던 광둥성의 작은 기업이 세계적 통신장비 회사로 성장한 배후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시각이다. 중국이 작정하면 화웨이 통신장비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수 있다. ‘사드 보복’과 희토류 수출 규제에서 보듯이 중국은 자국 이익을 위해 경제정책을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5G 통신과 관련 산업의 통합 발전은 이제 겨우 시작 단계다. 광범위한 정보통신 및 연관 산업과 서비스가 연결돼 상호 작용하므로 어느 한 영역만 정보 보안이 취약해져도 시스템 전체의 문제가 발생한다. 5G 통신은 거의 모든 영역의 정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통신장비의 선택은 보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보 흐름의 중추인 통신장비 영역의 보안성과 기술적 안정성이 과거와는 다른 중요성을 지니는 이유다. 또 칩셋부터 단말기에 이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의 모든 영역이 쌍방향으로 연결된 기술구조를 가지게 돼 한 번 채택된 장비의 기술 표준에 대한 의존도나 산업 연관성이 높다.
단말기 사용자의 체감 데이터 전송 속도나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던 4G 시대의 상황과는 달리 5G 통신은 혁명적인 산업 기술 변화를 수반한다. 그 영역은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의 실시간 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oT)과 가상공간의 확장 응용, 자율주행 자동차, 원격 의료 및 교육 등 무궁무진하다. 5G 통신의 혁신적 기술은 산업과 소비자의 생각이나 생활 방식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거대한 생물체처럼 서로 반응하면서 발전한다. 이제 정보 처리와 전달 및 소비와 생산이 무선 연결망을 통해 쌍방향으로 작용하는 ‘실시간 연결형’ 시스템의 기술 우위가 미래 경제의 승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정보통신기술 산업 견제에 몰입하게 된 배경이다.
5G 이후의 기술 발전은 모바일 기기 및 서비스뿐 아니라 광범위한 산업 영역의 새로운 가치 창출 기반이 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한국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 기술 개발과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통합 인프라 구축이 급선무다. 근시안적인 이윤 압박이나 상용화 시간 목표에 쫓겨 성급한 결정을 내린다면 두고두고 화근이 될 수 있다. 최초의 5G 통신 상용화라는 명분을 위해 서둘러 중국산 통신장비 도입을 결정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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