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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또 싸우는 의사와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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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bluesky@hankyung.com


[ 이지현 기자 ] 의사와 약사가 또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고혈압 약 원료에서 발암 위험물질이 검출돼 환자들을 혼란에 빠뜨린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를 두고서다. 포문은 의사협회가 열었다.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국에서 다르게 대체조제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처방받은 약이 판매 중지 의약품 목록에 없어도 안심할 수 없다”며 “이를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대체조제는 약사가 의사 처방 약과 다른 약을 선택하는 것이다. 제도가 활성화되면 의사의 약 선택권이 줄어든다. 그만큼 약사 권한은 늘어난다.

의사들 공격에 약사들도 지지 않았다. 이튿날 성명을 통해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 행태로 문제가 커진 것”이라며 “성분명 처방 제도를 즉시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약의 상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것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약사는 같은 성분의 다양한 약 중 환자에게 조제할 약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약사들은 오는 29일 거리로 나서겠다고도 했다. 약국 밖 편의점에서 파는 상비약 명단을 늘리려는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 갈등의 골이 아무리 깊어졌다고 해도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밥그릇 싸움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가 절절하게 와닿는 배경이다.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에서 생산한 고혈압 약 원료에서 발암 위험물질이 검출돼 115개 품목이 판매 중지됐다. 복용 환자는 18만 명에 이른다. 정부의 판매 중지 결정에 환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지금 먹고 있는 고혈압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보를 제공해야 할 전문가들은 네 탓 공방만 했다. 그사이 환자들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보건의료계가 신뢰의 위기에 빠졌다”고 평한다. 의사와 약사, 의사와 한의사 등 직종별 갈등도 위험 수위를 넘었다.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지금은 의사 약사 한의사 등이 각자의 이익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불안해하는 국민들에게 안심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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