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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靑정책실장은 정말 소득주도성장론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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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정치부 기자)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진두지휘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6일 청와대 인사에서도 그는 3명의 ‘경제 라인’ 중 유일하게 대통령의 신임을 유지했다. 그의 말과 행보는 문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의 가늠자라 할 만큼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장 실장의 사표설(說)과 27일 휘하에 있던 홍장표, 반장석 등 두 수석을 떠나보내며 보인 눈물은 이런저런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 실장의 사표설은 청와대가 즉각 부인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경제·일자리 수석의 교체가 일어나기 며칠 전에 사퇴설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청와대 ‘경제 라인’ 내에서 이상기류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다. 장 실장은 평소 측근에게 “마무리는 꼭 학교에서 짓고 싶다”는 얘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마무리’를 위한 결단의 시점이 언제냐가 관건인데, 문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이견이 발생하자 결단을 앞당겼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퇴설이 나온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유력시되는 가설은 장 실장과 기획재정부를 이끌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간의 불협화음이다. 최저임금 인상, 주52 시간 도입 등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에 대해 김 부총리가 속도조절론을 펴면서 실제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가설을 증명할 방법은 향후 개각의 방향을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김 부총리가 개각의 대상에서 빠진다면 ‘장하성-김동연 대립’은 ‘설(說)’로 끝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짚어봐야할 대목이 있다. 장 실장이 과연 소득주도성장론의 옹호자인가라는 점이다. 문 정부는 출범과 함께 3가지 경제정책의 방향을 내걸었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가 그것이다. 약간의 도식화를 하자면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소득주도성장, 김동연 부총리는 혁신성장, 장하성 실장은 공정경제에 가깝다. 장 실장은 그의 저서 <<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한국 자본주의>>에서 줄곧 ‘시장에 대한 무지’와 이로 인한 재벌 중심의 천민 자본주의를 질타하며, 정의로운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을 아는 경제학자와 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장 실장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개념을 언급한 적은 거의 없다. 안철수 대선캠프에서 장 실장을 지켜봤던 한 국회의원은 “경영·경제학자 장하성은 시장을 중시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장하성 펀드’를 운영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깊숙이 관여하기도 했던 ‘투자자 장하성’에게 유효수요 창출을 통한 성장 전략은 관심 밖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장하성-홍장표 갈등’이란 가설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소득주도성장은 신자유주의가 글로벌 경제를 휩쓸자 이에 대한 반발로 나온 이론이다. ILO(국제노동기구)의 ‘임금주도 성장론’에 자영업자의 소득을 추가해 홍장표 전 수석이 고안한 성장 모델이라는 게 학계의 평가다. 소득주도성장과 정의로운 자본주의는 일견 비슷한 면이 많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한다거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두 ‘이론’은 차이점도 뚜렷하다. 소득주도성장은 성장의 동력이 무엇이냐에 초점을 맞춘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총수요의 발생이 기업과 근로자 중 어디에서 발생하느냐의 논란”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가치를 중시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면 생산성 증가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선순환 효과를 강조한다.

이에 비해 ‘정의로운 자본주의’는 주로 공정한 경쟁의 회복과 정의로운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장 실장은 경제 성장의 동학에 대해선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그가 일관되게 ‘시장=재벌’이란 공식을 깨고 시장의 각 경제주체(대기업, 중소기업, 정부, 가계, 자영업자, 임금근로자 등)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본연의 시장’을 되찾아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다. 기회의 평등과 같은 경쟁의 원칙이 자리잡은 시장경제가 성장의 원천이라는 게 장 실장의 신념일 가능성이 높다.

소득주도성장은 혁신과 창의라는 변수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도 정의로운 자본주의론과 결이 다르다. 장 실장은 그의 저서에서 존 롤스의 ‘정의론’을 언급하곤 하는데 이에 따르면 장 실장이 추구하는 원칙은 ‘불평등과 평등의 조화’다. 정의로운 경쟁과 정의로운 분배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경쟁은 최소한 출발선을 비슷하게 만들고, 누구나에게 열린 기회를 줘야 한다는 신념이다. 정의로운 분배를 언급할 때도 장 실장은 ‘시장의 작동 방식 때문에 불가피하게 초래된 불평등한 결과가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반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경제학자들이 홍장표 전 수석과 장 실장의 ‘차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정의로운 자본주의’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은 논점을 잘못 짚은 것일 수 있다. 성장을 누가 견인하느냐의 논쟁이 벌어지면서 전선(戰線)이 잘못 형성될 위험이 있다. 이론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공정 경제 실현마저 위태로워지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 실장은 지난 26일 소득주도성장론 실패에 대해 반박하며 “결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일관성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홍장표식(式)의 소득주도성장론과는 결이 다른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 듯이, 경쟁없는 분배는 불가능함이 반영된 정책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끝)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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