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정 중소기업부 기자) 창업가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여러 명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크라우드펀딩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킥스타터 등 전 세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2015년에만 344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조성됐다고 합니다. 세계은행(WB)은 글로벌 크라우드펀딩 산업 규모가 2020년에는 9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예비)창업자들이 더욱 크라우드펀딩에 의존하겠지요.
그런데 가족과 친구로부터 받는 거액의 초기 출자금이 과연 크라우드펀딩의 성공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좋은 신호가 될까요?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홍콩중문대 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의 판팅팅 조교수와 가오레이레이 부교수, 공동연구자인 야엘 스타인하트 이스라엘 텐아비브대 마케팅학과 교수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은 초기 출자금이 이후 크라우드펀딩 자금 마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현장 연구를 포함, 총 5가지 연구를 수행하면서 6만8036명의 투자자로부터 11만6153회에 걸쳐 출자를 받은 900개 이상의 프로젝트의 크라우드펀딩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2011년 7월 31일에서 2014년 8월 30일까지 중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데모아우어(DemoHour)에서 수집된 데이터도 활용됐습니다. 여기에선 사업가자 자산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일정 기간(보통 30~40일) 이내에 모금할 목표액을 설정합니다. 잠재적 투자자는 모든 프로젝트를 볼 수 있고, 자신의 투자 결정 이전에 개별 투자자의 출자금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펀딩 초기에 창업가의 가족과 친구들이 창업가가 모르는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출자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아무래도 창업자의 능력을 믿고 그 꿈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친구들이 될 가능성이 높을테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문제는 잠재적 투자자는 기존 출자금이 거액인 경우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소액일 때 출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판 교수는 “크라우드펀딩 초기 단계에서 잠재적 투자자는 모금 목표나 출자금과 같은 제한된 정보만 접하게 된다”며 “많은 액수의 출자금은 창업가의 친구나 기족이 만든 것이고 소액 출자는 모르는 사람이 한 것이라고 추론하기 쉬워 오히려 소액 출자금이 많은 프로젝트에 더 투자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보다 오랫동안 알아온 동료의 의견과 행동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게 통설이었습니다. 그러나 판 교수는 “창업가가 누군지 모르는 잠재적 투자자의 경우, 역시 창업가를 모르는 다른 투자자를 오히려 자신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행위를 신뢰하며 따르게 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하려는 창업가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전해줍니다. 판 교수는 “창업가가 자금 조달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소수 투자자들이 낸 많은 액수의 출자금보다 소액 출자금을 받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끝) /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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