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 지음 / 지식노마드 / 464쪽│2만5000원
[ 심성미 기자 ]
10년 전만 해도 ‘2020년 전후로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었다. 세계 경제 패권의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기울어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 시기를 2016년으로, 도이체방크는 2020년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장 보수적으로 예측한 JP모간(2020~2025년)과 골드만삭스(2027년)의 예측조차 현재로선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21세기 세계 경제의 번영을 이끌었다며 칭송받던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는 파국을 맞았다. 이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한국을 대표하는 미래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에서 “본격화되는 미·중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해 2023년께부터 미국의 황금기를 실감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책에서 환율, 무역, 금융, 군사, 산업, 자원, 인재 등 7개의 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중 전쟁의 속살을 파헤치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앞으로도 최소 연평균 8~10%의 성장률을 이어가고, 미국은 1~2%대 성장률을 지속할 때만 2030년 이전에 중국이 미국 경제를 추월할 수 있다. 그는 “중국의 부동산 거품과 불안정한 금융시장 등 내부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저자가 지목하는 미·중 전쟁의 핵심 전쟁터는 ‘경제’다. 그중에서도 ‘환율전쟁’을 빼놓을 수 없다. 1929년 대공황을 촉발한 1차 통화전쟁,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전후에 일어난 2차 통화전쟁에 이은 트럼프식 3차 통화전쟁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차 목표는 통화전쟁을 통해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무역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에 물건을 파는 다국적 기업의 숨통을 조여 제조업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라는 저자의 분석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금융시장 거품을 극대화해 결국에는 그 거품을 터뜨리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다.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도발적인 경제전쟁을 먼저 선포했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전쟁의 포문을 연 나라는 중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2013년엔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걸친 광대한 시장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공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격화되는 미·중 전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대외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중 전쟁은 한국을 ‘잃어버린 20년’으로 빠뜨리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중 전쟁의 한가운데서 국내 경영 환경이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실패한다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비슷한 정책을 추진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분배구조를 재조정하는 동시에 기업에도 반대급부를 확실히 줬지만 한국 정부는 시장을 키우고 수출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정책은 없이 법인세만 올렸다”고 비판한다. 남은 임기를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만 올인한다면 결국 기업은 해외로 나가거나 산업용 로봇 도입을 늘려 고용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저자의 분석은 뼈아프지만 귀 기울일 만한 지적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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