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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또 다른 금융위기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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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가의 고공행진 뒷받침해온 ETF
위기시 주가 및 위험자산 동반폭락 촉발
금융위기의 증폭제 될 가능성 주시해야

안동현 < 서울대 교수·경제학 ahnd@snu.ac.kr >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는 크게 경상수지가 적자인 신흥국에서의 외환위기, 재정 취약국에서의 재정위기, 그리고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분류할 수 있다. 앞의 두 경우는 위기가 국지적이었던 반면 미국에서 발생한 위기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의 특성 중 하나는 금융시장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누적될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정보기술(IT) 버블의 붕괴는 비이성적 투자가 쏠리면서 발생했다. 학계 분석에 따르면 기존 회사들이 닷컴을 붙여 회사명을 변경하기만 해도 발표 전후 10일간 무려 74%나 주가가 뛰어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미 행정부의 주택 부양책, 미 중앙은행(Fed)의 저금리 정책, 은행들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 주요 원인이었지만 위기를 증폭시킨 데는 신용부도스와프(CDS)나 부채담보부증권(CDO) 등 신용연계증권이란 신종 상품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아르헨티나의 페소화 가치가 30% 이상 급락하면서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이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IMF가 발 빠르게 대응한 이유는 아르헨티나의 외환위기가 터키와 브라질까지 확산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에 국내 일각에서 6월 위기설이 돌면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외환위기는 1997년 우리가 쓰라리게 경험한 바와 같이 펀더멘털도 문제지만 외환시장의 심리와 글로벌 투기세력이 어떤 방향을 설정하느냐에 달려있기에 방심할 수 없다. 하지만 7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및 4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외환보유액을 고려할 때 위기설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금융위기의 불씨가 있다. 미국 주가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넘어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다. 이에 비해 미국 주가는 지난 수년간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미국 주식 시가총액의 배수를 보면 윌셔5000지수를 기준으로 역사적 고점인 1.4를 넘어섰다. IT 버블이 정점에 달한 2000년 당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즉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주가의 갭이 역대 최고인 상황이다. 이렇게 주가가 고공행진한 이유는 양적완화로 인한 과잉 유동성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급성장도 한몫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ETF 규모는 2008년 800억달러에서 2017년 기준 4조달러로, 10년 새 무려 50배나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다음 금융위기와 관련해 ETF가 언급되고 있다. ETF는 소수의 액티브 ETF를 제외하곤 대부분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가 주류를 이룬다. 이런 상장형 패시브 펀드 규모가 급성장하면서 기존에도 이미 몇 가지 우려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먼저 ETF는 지수를 추종하는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바스켓 전체가 매매되다 보니 구성 종목 간 상관계수가 높아져 분산투자 효과가 감소하는 문제가 있다. 이와 더불어 ETF는 개별 종목들의 과대 평가나 과소 평가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효율성을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 역시 악화시킨다는 우려가 있다.

상기한 두 가지 우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학계 및 시장에서 우려를 밝힌 바 있는데, 최근 세 번째 문제로 ETF가 위기를 악화시킬 위험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주가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한 ETF에 유입된 과도한 투자금이 위기 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주가의 급락 폭이 커지고, 더불어 종목들의 상관성을 높이는 ETF 특성상 주식을 포함한 모든 위험자산 가격이 동반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TF의 주요 투자자가 개인인 만큼 패닉에 심리적으로 더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ETF 자체가 위기의 근원지는 아닐 수 있어도 최소한 위험의 증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ETF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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