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한 자리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배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특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령탑인 볼턴 보좌관의 경우 주무 포스트인 만큼, 이번 면담 불참은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되살리는 자리에 양측 간 경색국면에서 북한과 악연을 맺었던 대북 강경파 인사들을 전략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그만큼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백악관 NSC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김 부위원장 접견 당시 배석자를 묻는 질의에 존 켈리 비서실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의 불참을 확인했다.
앞서 한국 특사단이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제안 메시지를 들고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했을 당시에는 펜스 부통령과 볼턴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 모두 배석했었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김 부위원장을 백악관 경내에서 직접 영접했으며, 폼페이오 장관도 회동 후 트럼프 대통령이 차량 앞으로까지 와서 배웅하는 '파격'을 보일 때 옆에 있었다.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과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과장도 켈리 비서실장과 함께 김 부위원장 일행과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만큼, 배석했을 것으로 보인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 온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모델의 주창자로, 지난달 16일(한국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집중 공격 대상이 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에 선을 그으며 '트럼프 모델'을 내세워 북한 달래기에 나섰고, 정상회담 국면에서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강경파로 꼽히는 펜스 부통령 역시 지난달 21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 합의를 하지 않으면 북한도 리비아 모델처럼 끝날 수 있다는 발언을 쏟아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집중포화를 받았다.
이 담화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달 24일 정상회담 취소 선언을 촉발하는 직접적 방아쇠가 되기도 했다.
외교소식통은 "이번 해빙 국면에서 악역을 맡았던 두 사람이 공교롭게 배석하지 않은 것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을 배려한 차원도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파들과의 역할분담 차원에서 이들 강경파 인사들을 '아껴놓은' 포석도 없지 않다는 해석도 나왔다.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대북 압박을 가해야 하는 국면이 올 때 얼마든지 볼턴 카드 등을 다시 전면에 등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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