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재추진
최선희 北 외무성 부상과 정상회담 의제 조율
싱가포르·미국 등서도 접촉… 의전 등 논의할 듯
[ 오춘호/이설 기자 ] 미국과 북한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협의를 판문점과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동시에 착수했다. 비핵화 등 의제 조율을 위한 실무회담은 판문점에서, 의전·진행방식·경호 문제 등을 위한 실무회담 등은 싱가포르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 간 사전 논의 과정에서 핵심 의제인 비핵화에 대한 접점이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미·북 정상회담 사전 준비차 북측 관계자들과 만나기 위해 27일 판문점 북쪽으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WP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북측으로 간 미국 사전준비팀에는 현재 주필리핀 대사인 성 김 전 주한 미 대사(사진)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 사전준비팀은 북측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확인할 사안이 아니다”며 “북·미 간 실무접촉 사실을 간접 확인했다”고 말했다.
성 김 대사는 필리핀 대사직을 유지하면서 현재 미·북 정상회담 준비팀 팀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태생인 김 대사는 2002~2006년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2006~2008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 2011년 11월 주한 미국 대사로 부임해 3년간 활동하고 2014년 10월 북한 핵 문제를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그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북핵 문제 등 한반도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과 관련한 안보 우려 해소를 핵심으로 하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 준비에 적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미팅이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장소가 어딘지) 말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할 곳이다. 여기서(워싱턴DC) 그리 멀지 않다. 많은 호의(good will)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간 사전 접촉을 공식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어떤 것을 협의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미·북 정상회담을 실무적으로 준비할 사전준비팀은 싱가포르로 27일 출발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미·북 정상회담에 대비한 백악관의 사전준비팀이 예정대로 싱가포르로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준비팀은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패트릭 클리프턴 대통령 특별보좌관, 미라 리카르델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바비 피드 백악관 선발팀 국장 등 백악관과 미 국무부 직원 약 30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일본을 거쳐 28일 싱가포르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르면 28일이나 늦어도 29일에는 미·북 양측의 첫 실무회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전준비팀은 미·북 정상회담의 문을 열어놓기 위해 싱가포르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무팀은 회담 장소 점검과 의전, 경호 등의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할 전망이다.
오춘호/이설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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