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한민국 경제계의 큰 별이 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는 LG그룹을 세계적인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탁월한 경영인이었다. 1995년 제3대 LG그룹 회장을 맡아 ‘정도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끈기와 결단’의 리더십으로 그룹의 경영체질을 탈바꿈시켰다. 재임 기간 화학, 디스플레이, 전자 계열사들을 세계 최정상급 회사로 끌어올렸다. 자동차 전장부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에너지, 바이오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차세대 성장 기반도 닦았다.
그의 진가는 이런 경영 성과 못지않게 ‘정도 경영’과 ‘사회적 책임의 실천’에서 볼 수 있다. 그는 그룹을 이끌면서도 이렇다 할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었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크고 작은 오너리스크로 흔들렸지만 LG그룹은 예외였다. 그는 취임 초부터 LG공정문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한 거래문화를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LG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것도 구 회장의 결단이었다.
LG그룹에선 1999년 LIG그룹을 시작으로 2003년 LS그룹, 2005년 GS그룹이 떨어져나갔지만 잡음이나 분쟁도 없었다. 특히 구씨와 허씨의 57년간 동업관계를 청산한 GS그룹의 분리는 재계에서 ‘아름다운 이별’로 불리며 한국 경제사에 성공한 동업스토리로 남게 됐다. LG는 에너지 건설 유통 보험 등 핵심 사업을 떼주고도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그룹으로서의 기반과 체질을 탄탄하게 다졌다. 구 회장은 국내 처음으로 환경공익재단을 설립하고 문화 교육 등에도 적지 않은 후원을 해왔다. 특히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평범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보답해야 한다며 ‘LG의인상’을 제정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준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신의 아호인 화담(和談)의 뜻처럼 늘 여유로운 미소와 유머로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했다. LG가 ‘인화’의 문화를 오랜 전통으로 보존하고 있는 것도 구 회장이 직원들을 대하는 배려와 존중의 자세가 큰 바탕이 됐다. 우리 경제가 재도약해야 할 시기에 훌륭한 기업인을 잃은 것은 큰 아픔이다. 그가 꿈꿔온 품격 있고 따뜻한 사회가 이뤄지기를 기대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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