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방법 바꿔 자회사를 관계사로
'삼바'의 주관적 판단은 위법 아냐
자본시장 영향 고려한 묘수 찾아야"
손성규 < 연세대 교수·경영학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위반 여부를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해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평가하면서 4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난 게 회계 위반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면서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원칙중심적’ 회계라서 이전의 한국회계기준(K-GAAP)에 비해서는 기업이 임의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한다.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데 익숙한 회계영역이지만 중요성, 합리성, 전반성 등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인 판단을 하게 된다.
이번 논란도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이 회사 창업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는데도 불구하고 2015년도에 갑자기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이 회계정보의 지속성을 해치는 회계처리라는 데 있다. 금융감독원의 주장은 지분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다른 특별한 요인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어떤 사유에서 2014년까지 작성하던 연결재무제표를 중단했는지로 귀결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은 아마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창업한 시점에 15%의 지분으로 시작했고 지분율이 계속 낮아졌지만 그럼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성이 개선되면서 기한까지는 언제든지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늘리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다.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 창업 이후에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수동적으로 대응했지만, 옵션이 행사된다면 이사회 인원을 동수로 가져가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영의사결정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동등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었다.
국제회계기준에서의 연결재무제표 작성은 지분율로 판단될 수도 있고, 실질지배력 기준으로도 판단될 수 있다. 지분율에 근거하면 일반적으로 과반의 지분을 가진 지배기업이 주도적으로 기업 관련 경영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계약에 의해서 보통 결의라고 해도 52%를 의결권 수로 결정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50%+1주’의 주식을 갖는다고 해도 주도적으로 경영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질지배력 기준의 판단은 기업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소액주주들이 어느 정도 분산돼 있어서 의사결정에 집합적인 역량을 보일 수 있는지를 고려할 수도 있고, 주주들의 경영의사결정에 대한 무관심이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감독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하필 2015년에 이런 회계적인 판단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바이오젠은 이 옵션을 행사할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영에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이사회 의사결정에서도 주도권을 가질 수 없다면 창업 이후 작성하던 연결재무제표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시간의 이슈가 아닌가 한다.
많은 것을 정량화하는 회계라고 해도 기업으로 하여금 주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남겨 두게 된다. 예를 들어 중요성의 판단에 대해서 손익계산서의 ‘수익/비용’ 계정 과목 중, 매출 대비 어느 정도가 중요하다고 회계에서 정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임계치를 넘거나 못 미치게 되면 중요성 판단 기준을 빌미로 회계적인 조작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계에서는 임의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는데 이런 여지 때문에 이번과 같은 논란이 초래됐다.
금융위원회에는 여러 단계의 적법한 의사결정과정이 있다. 여기서 공정한 행정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결론이 나기 전에 행정소송을 언급하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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