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10대 그룹 전문경영인 간담회’에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사실상 삼성그룹에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촉구했다. 그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2016년 자신이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재직 당시 작성했던 보고서를 제시했다. 거기에는 1단계로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부문의 금융지주사 설립, 2단계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비금융 계열사들의 일반지주사 설립, 3단계로 이 두 개의 지주회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최종 지주사 설립방안이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에 대해 순환출자를 금지하면서, 지주회사법을 만들어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해왔다. 지배구조 개편의 목표는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경영진과 이사회 및 주주 간 관계를 최적화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그 형태가 꼭 지주회사일 필요는 없다. 1999년부터 기업지배구조 원칙을 공표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김 위원장의 발언은 너무 앞서나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학자로서 특정 지배구조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나 제안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무게가 다르다. 더구나 자기 주장이 마치 정답인 양 얘기하는 것은 기업에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만일 해당 기업이 김 위원장의 말에 따라 지배구조를 바꿨다가 부작용이 생긴다면 책임질 수 있는가.
김 위원장이 이날 “지배주주 일가는 가능하면 그룹의 주력회사 주식만 보유하고 비주력·비상장사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 말도 논란을 불렀다. 기업들은 주력과 비주력을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지분을 파는 게 꼭 옳다고 할 수 있는지, 판다면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인터뷰에서 “기업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그 시대 발전 단계와 그 기업 실정에 맞는 모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을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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