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수익률 높이기 위해
공모주 최대 10% 추가 배정
CB 등 메자닌 투자는 어려워
[ 조진형 기자 ]
소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가 다시 관심받고 있다. 거액 자산가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형 상품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자 정부가 공모형 상품을 우대하는 보완 대책을 내놓으면서다.
공모펀드가 사모펀드보다 기업공개(IPO)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소액 투자자들이 더욱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한 달 만에 설정액 2조원 훌쩍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는 출시 1개월도 안 돼 설정액 2조원을 돌파했다. 이달 2일 기준 가입금액은 2조19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5일 출범한 후 총 77개 운용사에서 163개 펀드를 내놨다. 공모는 10개 운용사에서 출시한 10개 펀드에 648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사모 가입금액은 1조5500억원에 이른다. 68개 운용사가 153개 펀드를 설정했다.
코스닥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코스닥 벤처펀드는 최대 3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공모주를 30% 우선 배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에 투자하도록 했다.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상장사가 유상증자로 발행한 신주, 신규 상장기업의 공모주, 벤처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여기에 포함된다. 나머지 자산 중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지정이 해제된 뒤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기업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출시 초기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에 자금이 쏠린 이유는 ‘모험자본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변동성이 큰 코스닥 주식보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메자닌에 투자할 수 있다.
공모펀드는 무등급 채권인 코스닥 CB나 BW를 편입하기 어려운 반면 사모펀드는 자유롭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공모주와 메자닌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헤지펀드처럼 절대 수익형 구조로 코스닥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공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는 원금이 보장되는 CB나 BW를 담을 수 없어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형 운용사들이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에 소극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공모형에 공모주 배정 우대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코스닥 활성화와 국민 재산 증식이란 정책 취지가 퇴색되자 지난 1일 ‘코스닥 벤처펀드 균형성장 방안’을 발표했다. 메자닌 투자가 어려운 공모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더 주기로 한 게 대책의 핵심이다.
우선 펀드 순자산을 감안해 공모주를 배정할 수 있도록 인수업무 규정을 손질했다. 현행 배정 방식은 펀드 규모와 관계없이 배정된다. 펀드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예를 들어 코스닥에 상장하는 A사의 100억원 공모에 △사모펀드1(설정액 100억원) △사모펀드2(설정액 100억원) △사모펀드3(설정액 300억원) △사모펀드4(설정액 500억원) △공모펀드5(설정액 1000억원) 등 5개 코스닥 벤처펀드가 100억원씩 청약한다고 가정해보자. 현재는 5개 펀드 모두 20억원씩 나눠 갖는다.
지난해 코스닥 공모주 평균 수익률 36%를 적용하면 1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는 청약 한 건으로 7.2%의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1000억원 규모의 공모펀드는 0.7%에 불과하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한 신주 편입 충족비율도 사모펀드는 20%에 달하는 반면 공모펀드는 2%로 미미하다.
금융위는 코스닥 벤처펀드에 한해 펀드 순자산을 감안, 공모주를 배정하기로 했다. 공모주 배정 결과는 100억원 규모 사모펀드의 경우 5억원밖에 배정되지 않는다. 1000억원 규모 공모펀드는 전체의 50%인 50억원을 거머쥐게 된다. 펀드 수익률은 각각 1.7%, 1.9%로 역전된다.
금융위는 공모펀드에는 공모주를 최대 10% 추가로 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펀드가 제시한 공모 가격, 매도 시기 등이 같다는 조건하에서다. 규모가 큰 공모펀드일수록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공모펀드는 여전히 CB BW 등 메자닌 투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적격기관투자가(QIB)에 등록된 무등급 CB와 BW에 대해서만 편입을 허용하기로 했으나 QIB에 등록된 사례가 없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사 대표는 “금융위 대책으로 공모형 코스닥벤처펀드 매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메자닌 투자가 쉽지 않아 코스닥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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