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 문화부 기자) 뮤지컬 팬들을 위한 한바탕 축제의 장이 펼쳐졌습니다. 한 작곡가의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만으로도 150분이란 시간이 풍성하게 채워졌죠. ‘오페라의 유령’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부터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선셋 블러바드’까지 유명 뮤지컬의 총 25곡 넘버로 구성돼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갈라 콘서트 형식으로 펼쳐진 ‘뮤직 오브 앤드류 로이드 웨버 콘서트’ 얘긴데요. 영국 출신의 웨버는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로서 올해 70세가 됐습니다. 이를 기념해 한국, 영국, 미국 등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것이죠. 라민 카림루, 애나 오번, 브래드 리틀, 마이클 리부터 고은성, 김소현, 차지연, 정선아 등 국내외 유명 뮤지컬 배우들도 이 자리에 총출동했습니다. 관객들은 웨버의 명곡에 취하고, 뮤지컬 스타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어 한번 더 열광했습니다. 다른 공연장에서보다 함성 소리와 기립 박수가 더 크고 열정적으로 터져 나왔죠.
뮤지컬을 많이 봤던 사람들조차 웨버의 음악 세계에 깜짝 놀랐을 겁니다. 먼저 그의 곡인줄 미처 인지하지 못했을 곡들도 많았는데요. ‘보이존’의 노래로만 알려져 있던 ‘No matter what’도 웨버가 작곡한 곡으로 뮤지컬 ‘Whistle down the wind’ 의 넘버입니다. ‘Don‘t cry for me argentina’ 역시 그의 뮤지컬 ‘에비타’의 넘버죠. 이런 섬세한 작품들뿐만 아니라 ‘선셋 블러바드’의 ‘Sunset BLVD’ 등 박진감 넘치는 넘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Superstar’ 등 흥겨운 넘버까지 정말 다양한 색깔의 작품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무대의 압권은 단연 ‘오페라의 유령’의 ‘The Phantom of the Opera’였습니다. 브래드 리틀과 김소현이 함께 이 곡을 불렀는데요. 크리스틴의 절정의 목소리를 김소현이 매끄럽게 표현해내고, 브래드 리틀은 갈라 콘서트임에도 그와 함께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줬습니다.
라민 카림루가 선보인 ‘러브 네버 다이즈’의 ‘Til I Hear You Sing’에선 가장 큰 환호성이 터져나왔죠. 카림루는 웨버에게 직접 발탁돼 29세의 나이에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을 맡으며 ‘최연소 팬텀’을 기록했는데요. 그만큼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힘 있으면서도 뛰어난 표현력은 팬들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줬습니다. 웨버의 새로운 뮤즈로 불리는 애나 오번도 ‘러브 네버 다이즈’의 넘버 등을 다양하게 소화해냈습니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청아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이클 리의 열연도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선셋 블러바드’의 ‘Gethsemane’에서 폭발적으로 소리를 뿜어내며 무대를 장악했죠.
4~6일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전곡으로 구성된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가 마련되는데요. 웨버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을 통해 그만의 음악 세계에 한층 더 깊이 다가가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끝)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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