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이인자인 존 켈리 비서실장이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에 휩싸였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켈리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습적으로 '멍청이'라고 불러왔다.
30일(현지 시간) 미국 NBC 방송은 켈리 실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백악관 참모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러왔다고 미국 NBC 방송이 8명의 전·현직 백악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켈리 실장 자신은 미국을 재앙에서 건져내는 구원자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NBC 방송에 따르면 켈리 실장은 자신을 '참사'에 맞서서,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충동을 제어하는 '외로운 방어벽'으로 표현했다.
그는 의회 의원들을 만나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험담을 했으며, 한 회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가 뭔지도 모르는 멍청이라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NBC 방송에 "켈리 실장은 해서는 안 될, 귀를 의심할 만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또한 켈리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감정적"이라고 발언하는 등 여직원들과도 갈등을 빚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켈리 실장이 자신에 대해 안 좋게 말하고 다니는 걸 일부 알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켈리 실장이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임명과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후임 인선 과정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내리꽂기 위해 '장난'쳤다는 생각에 언짢아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불화설은 재임 기간 내내 정책 노선 등의 문제로 사사건건 대통령과 부딪히다 지난 3월 경질된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틸러슨 전 장관도 지난해 10월 석 달 전인 같은 해 7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멍청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불거진 바 있다.
켈리 실장도 지난 7월에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켈리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근처에 머무르지 않았고 대통령이 해외 정상들과 통화할 때도 곁을 지키지 않았다. 주요 인사 결정 과정에서도 그는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실장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틸러슨 전 장관 등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하는 축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성명을 내고 해당 보도에 대해 "모두 헛소리"라며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는 "나는 누구보다 대통령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우리는 엄청나게 솔직하고 굳건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나는 대통령과 그의 어젠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한 사람들을 중상모략하고 이 행정부의 성공에 재를 뿌리려는 참으로 한심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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