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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北核 폐기, 실천으로 보여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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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공조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
모든 것은 CVID에 달려 있다"

남성욱 < 고려대 교수·통일외교학 >



첫 악수 순간 TV 시청률이 34.06%를 기록했다. ‘대박’ 수준이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만나는 장면은 경이로움과 놀라움, 호기심 그 자체였다. 어떤 드라마나 연극도 극적인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 양 정상이 기념식수를 하고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상존했던 도로를 한가하게 산책하는 광경은 봄날의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두 지도자 간의 ‘깜짝 대화’도 화제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에게서 지난해 2월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고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하던 냉혈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북아시아의 노련하고, 상황판단이 빠른 젊은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모두(冒頭) 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거침이 없었다.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발언의 연속이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초청해주면 언제든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상당히 친화적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고 맥락을 짚는 언급이었다. 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을 전 세계에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을 연출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대로 그가 향후 청와대를 방문하더라도 이날의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와 발언을 통해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한 합의의 이행이다. 그는 “지난 시기처럼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오고 발표돼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오히려 기대를 품었던 분들한테 더 낙심을 주지 않겠나”고 언급했다. 과거 두 차례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됐으나 이후 이행되지 않고 무용지물이 된 현실을 지적하는 한편 이날 도출된 남북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둘째, 남북 관계의 제도화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가 특정 사건으로 다시 역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정상회담의 수시화·정례화를 제안했다. 그는 “우리가 정말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나아가면 잃어버린 11년이 아깝지 않게 좋게 나아가지 않겠나” 하고 부연했다.

셋째, 민족공조 분위기의 조성이다. 그는 민족이 힘을 합쳐 문제를 푸는 통 큰 결단을 강조했다.

이런 세 가지 핵심 현안의 실천은 역설적으로 북한의 핵폐기에 달려 있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단기간에 실천한다면 ‘판문점 선언’은 남북 관계의 기본서가 될 것이다.

4·27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이 상당히 ‘노회한 젊은 협상가’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그는 계량적인 숫자를 통해 비유적인 화법으로 작금의 협상이 이뤄지는 한반도 상황을 비교적 노련하게 풀어냈다. “잃어버린 11년”, “200m를 걸어” 등의 표현으로 전 세계 언론과 알기 쉽게 소통했다. 숫자를 통한 표현은 그가 논리적이며 주고받기에 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번 회담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이후 25년을 끌어온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합의의 이행, 관계의 제도화, 민족공조 등의 키워드는 최종적으로 비핵화와 직결돼 있다. 판문점 선언이 일장춘몽이 되지 않고 비핵화의 단초가 돼 4·27 정상회담이 ‘한반도판 몰타회담(미국과 옛 소련의 탈냉전 선언)’이었다고 역사가들이 기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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