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명의 한 주'
남북정상회담 D-3
경제협력 단계적 확대론 부상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독자적인 경협 계획안 마련 착수
한반도 新경제지도는 마지막 단계
産銀 "남북 경협에 270조 필요
대규모 개발기금 조성해야"
[ 조미현/강경민 기자 ]
오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경제협력(경협)이 재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은 주요 의제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유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경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도 독자적인 경협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靑 “미국도 경협 적극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3일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서 남북 경협은 빠졌지만 대북 제재를 받지 않는 분야도 상당히 많다”며 “미국 측이 대북 경제 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물밑 접촉하고 있고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페니(penny)까지 챙기는 장사꾼”이라며 미국이 북한과의 경협 관계 구축에 적극적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남북 경협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는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피하는 경협 방안을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산림녹화 사업, 자연재해 예방 사업, 보건의료 사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최근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합의한 48개 교류협력 사업을 검토해보니 28개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와 관계없이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위도 별도의 경협 방안 마련에 나섰다.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는 “위원회 내에서 균형발전이란 의제를 북한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북한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및 경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내부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핵 폐기 후 남북 경제권 통합 구상
유엔의 비(非)제재 분야 경협은 한국 정부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반면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단계적 해결(핵동결→핵폐기)’을 강조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보상을 언급해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이 핵동결에서 출발해 완전한 핵폐기의 길로 걸어간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며 단계적 보상 의지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는 남북 경협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남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내놨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원산과 함흥, 러시아를 연결하는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과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산업벨트 △비무장지대(DMZ)와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 등 남북을 3대 경제벨트로 잇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 단계인 북한의 핵폐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산은 “대규모 경협기금 조성 필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남북 경협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최근 발간한 ‘남북경협 30년, 경협사업 평가와 금융과제’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및 인프라 투자를 위해 현 남북협력기금을 대체하는 대규모 개발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10년간 북한 경제특구 개발 및 에너지, 교통, 주택 등 인프라 투자 규모가 2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산은 주도의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수출입은행이 위탁 운용하는 남북협력기금 규모는 올해 기준 1조6182억원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산은 통일사업부는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의 속도와 범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대규모 상업적 개발 등 경협사업 금융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적 금융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5년 27억달러 수준이던 남북 경협 규모는 2016년 2월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따라 지난해 1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조미현/강경민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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