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과 가구의 경계를 넘다
겉에서 보면 고급 원목 협탁
열어보면 미니냉장고·공기청정기
진동 줄여 침대 머리맡에도 OK
가정용뿐 아니라 호텔 등 공략
[ 고재연 기자 ] LG전자가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가구형 가전’을 선보인다.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세가 주춤한 가전시장에서 지금까지 없던 제품을 내놓고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스타일러라는 ‘세상에 없던 가전시장’을 열고 가정용 미용 기기 프라엘 같은 ‘틈새 가전’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LG전자가 또 한번 블루오션(경쟁자가 없는 시장) 개척에 나섰다.
◆“가구야, 가전이야?”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가구형 가전을 개발해 시판을 앞두고 있다. 가구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전 기능을 하는 제품이다. 초프리미엄 제품군을 의미하는 ‘LG 시그니처’처럼 별도의 브랜드명을 붙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첫 작품은 협탁형 냉장고와 공기청정기다. 고급 원목으로 만든 협탁을 열면 미니냉장고가 나온다. 자려고 누웠다가 목이 말라 냉장고까지 가는 일을 번거롭게 여기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했다. 또 다른 협탁은 상판 끝부분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협탁 안에는 물통이 숨어 있다. 이 제품은 가습기 겸 공기청정기다. 거실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 외에 방 안에서도 공간 제약 없이 공기청정기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용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가구형 냉장고와 공기청정기 모두 같은 크기로 디자인도 똑같다. 침대 양옆에 둘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고급 원목을 사용해 일반 가구 브랜드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호텔 등 B2B(기업 대 기업) 시장을 공략하기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디자인만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기술력이 없었다면 개발하기 어려운 제품들이다. 기존 LG전자 냉장고에는 컴프레서(압축기) 모터가 들어간다. 모터가 들어가는 만큼 진동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침대 머리맡에 두기에 부적합했던 이유다.
LG전자는 LG이노텍이 개발한 열전모듈을 활용해 저소음 저진동 냉장고를 개발했다. 반도체(열전소자) 냉각 방식으로, 반도체 소자에 전기가 흐르면 주변 열을 흡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냉각하는 방식이다. 컴프레서 모터 냉각방식과 달리 진동이 없다. 대형 냉장고에 적용하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지만 소형 냉장고에는 충분히 적용 가능해 LG 디오스 와인셀러 미니에 채택한 기술이다.
◆‘세상에 없던 가전’ 만든다
LG전자가 ‘이색 가전’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가전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만큼 신시장을 열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LG전자가 2011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스타일러는 의류관리기라는 새 시장을 창출했다. 세탁기의 스팀, 냉장고의 온도 관리, 에어컨의 기류 제어 기능 등 주요 가전의 핵심 기술을 한데 모은 융복합 제품이다. 2015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올해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이 20만 대를 돌파했다. 스타일러라는 이름은 의류관리기의 대명사가 됐다. 올해는 코웨이와 삼성전자가 의류관리기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듀얼 세탁기’를 시장에 내놨다. 드럼 세탁기와 통돌이 세탁기가 위 아래에 붙어 있는 제품이다. 지난해 제품 출시 국가는 80여 개국에 달한다. ‘트윈워시’라는 이름도 일반 명사가 됐다. 미국 백화점 시어스 온라인몰에서는 세탁기 종류를 톱로더(통돌이 세탁기), 프런트로더(드럼 세탁기), 트윈워시 세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작년 9월 내놓은 가정용 미용 관리기 ‘프라엘’은 틈새 가전시장을 공략한 사례다. 파나소닉,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의 가전기업은 이미 가정용 미용관리기 시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했다. 가정용 미용관리기에 들어가는 LED광학제어기술, 진동제어 등 핵심 기술은 LG전자가 소형 가전을 제작하면서 이미 확보한 기술이다. 9월 프라엘 출시 이후 가정용 미용관리기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판매 중개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미용관리기 거래금액은 전년 동월보다 약 다섯 배(465%) 성장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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