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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은 왜 출판사를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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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문화부 기자)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의 중심에 선 김모(필명 ‘드루킹’)씨의 행적이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그가 왜 하필 출판사를 설립해 이른바 ‘산채’로 활용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사 등록 현황 시스템을 찾아보니 출판사 느릅나무는 여전히 ‘영업’ 상태로 나옵니다. 이 출판사의 출판업 등록일자는 2015년 3월16일로 돼 있습니다. 느릅나무가 출판사만 한 것은 아닙니다. 경기도 파주 건물 3층에서 플로랄맘이라는 브랜드로 친환경 비누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주로 드루킹이 개설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제품을 팔았다고 합니다. 이를 위한 사업자등록도 출판사업 등록을 한 2015년에 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엔 해당 건물 1층 카페까지 임대해 한켠에서 비누를 전시해놓고 팔았습니다.

1층부터 3층까지 매달 400만원이 넘는 월세와 170여 대에 이르는 휴대폰 사용료에 대한 자금 출처를 현재 경찰이 수사 중입니다. 강연료나 비누 판매 수익이 있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에서 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한권도 내지 않으면서 돈도 안 되는 출판사는 왜 설립한 걸까요. 많은 업종 가운데 왜 굳이 출판사업을 택했을까요.

일단은 그럴듯 해보이기 때문입니다. 출판사라고 하면 외관상 지적인 사업으로 여겨집니다. 사람이 모이고 컴퓨터 작업이 많아도 이상해 보이지 않습니다. 주로 온라인 작업을 하기 때문에 월세가 비싼 서울 시내에 터를 잡을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출판업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어떤 다른 사업보다 창업이 손쉽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봅니다. 출판업 등록 절차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구청이나 시청 등 관할 지자체에 출판사등록 신청서만 내면 ‘업자’로 등록이 가능합니다. 구비 서류는 신분증과 등본만 있으면 됩니다. 접수한 후 2~3일 내에 한번 더 방문해 3만원 가량의 면허등록비를 내면 끝입니다. 별도의 임대 사업장이 없다면 거주지를 사업장으로 등록해도 관계 없습니다. 출판계에 1인 출판사나 가족 출판사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에 댓글 조작 사건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느릅나무에서 출판사업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10년 드루킹은 ‘드루킹의 차트혁명’이라는 주식투자서를 쓴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책을 출간해봤기에 어느 정도 시장도 알테죠. 도서 출판은 부가가치세 과세가 면제됩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글을 쓰는 작가가 직접 출판사를 설립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쓰고 싶은 책을 발간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외부 간섭없이 글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잡을 수 있는 데다 자신이 집필을 하면 인세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강연을 해왔으니 콘텐츠도 있습니다. 이 출판사 건물 3층에서 판매하던 비누처럼 카페 회원이나 지지자들에게 책을 팔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멈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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