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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헤지펀드 방어책 필요하다"는 기업 요구, 엄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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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년간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형태였던 순환출자가 사라지고 있다.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국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3년에 9만7658개나 됐지만, 현재는 12개만 남아 있다. 이들도 연내 대부분 없어지게 된다.

순환출자란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손쉽게 투자를 늘리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계열사 간 불투명한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업들에 순환출자를 해소하라고 요구해왔고, 기업들도 지주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바꿔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세에 무차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은 마당에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자기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는 것 외에는 없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는 차등의결권(복수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 포이즌필(기존 주주들이 회사 신주를 싸게 살 권리) 등 다양한 방어장치를 허용해주고 있다.

경영권 방어는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중소벤처기업들의 상장이 부진한 가장 큰 이유를 제대로 된 경영권 방어책이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올해 초 “중소벤처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문제에 대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활짝 개방돼 있다. 지난해 외국인이 보유한 상장사 주식 시가총액은 처음으로 600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들의 상장사 평균 지분율도 30%를 넘는다. 헤지펀드가 적은 지분으로도 우호지분을 동원해 공격적 인수합병(M&A)을 감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헤지펀드에 대한 방어책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호소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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