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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북한 1호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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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논설위원


2011년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비행기를 탄 기록이 거의 없다. 1965년 김일성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수행한 게 유일하게 비행기로 외국을 방문한 사례다. 대신 그는 ‘1호 열차’로 불리는 특급 열차로 국내외를 돌아다녔다. 집권 기간 동안 중국을 7차례, 러시아를 3차례 방문했다. 모두 열차를 타고 갔다. 2001년 러시아 방문 땐 왕복 2만㎞가 넘는 평양~모스크바를 24일에 걸쳐 열차로 오갔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용기를 보내준다고 제의했지만 김정일이 끝내 거절해 당황스러워했다는 후문도 있다.

김정일이 열차를 고집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고, 번듯한 전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중 북한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테러에 대한 위협’이다.

열차는 비행기보다 안전하다. 경호시스템도 작동시킬 수 있다. 실제 김정일이 북한 내를 열차로 이동할 땐 물샐틈없는 보안을 펼쳤다고 한다. 2시간의 간격을 두고 선발 열차, 본 열차, 후발 열차가 출발해 어느 것이 김정일이 탄 열차인지 알 수 없게 했다. 열차가 움직이는 동안 철로 주변은 모두 차단했다. 열차에는 폭탄도 견딜 수 있는 방폭 및 방탄장치도 있다.

1호 열차는 초호화 시설을 갖춘 이동 집무실이기도 하다. 북한 내에선 8~9량, 외국방문 시 20량 안팎으로 편성했다. 김정일이 탔던 객차에는 1인용 침실 5개와 첨단 통신장비가 있다고 한다. 연회실, 회의실, 전용자동차 차고 등도 있다.

2001년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을 수행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가 쓴 《동방특별열차》에 1호 열차의 호화로운 모습이 묘사돼 있다. “열차 안에는 영화 감상을 위한 대형 스크린이 있고, 응접실에는 노래방 기기가 있었다. 프랑스산 고급 포도주가 가득했고, 식탁에는 상어지느러미 요리가 빠지지 않았다.” 1호 열차에는 의료진과 의료장비를 실은 객차가 4량이나 됐지만 김정일의 사망을 막지는 못했다. 그가 1호 열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는 게 북한의 공식 발표다.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비행기광(狂)으로 알려져 있다. 비행기를 타고 평양시내를 둘러보고, 전용기 ‘참매1호’를 직접 조종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김정은이 해외방문을 한다면 비행기를 탈 것이라는 예측이 그래서 나왔다.

26일 1호 열차로 보이는 21량 녹색열차가 국경도시 단둥을 지나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냈다. 열차 내 ‘1호 인물’은 김정은이 유력하다. 끝날 것 같았던 1호 열차 방문이 재연된 것은 북한 주민과 서방의 테러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북한 지도층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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