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
통화정책 셈법 복잡… '이주열 2기' 첫 시험대
금리역전 기간·폭 확대되면 자본유출 우려
섣불리 올렸다간 경기 회복세에 '찬물'
금리 인상 시기 놓고 5월설·7월설 엇갈려
[ 김은정 기자 ]
한·미 기준금리가 10년7개월 만에 역전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 셈법이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한·미 금리 역전은 자본유출 위험을 높이는 불안요인이다. 당장 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더라도 역전 기간이 길어지고 금리 차가 갈수록 벌어지면 여파가 거셀 수 있다. 통화당국으로선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는 게 안전하다. 그렇다고 마냥 금리를 올릴 형편도 아니다. 가계·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섣부른 금리 인상은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른다. 현실화된 한·미 금리 역전이 다음달 시작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기 체제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란 의견도 많다.
최대 1%포인트 금리 차도 가능
미국 중앙은행(Fed)이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연 1.50~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은의 금리(연 1.50%)를 넘어서게 됐다. 2007년 8월 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금리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다”면서도 “미국 FOMC의 결정이 다소 매파적(통화 긴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Fed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으로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조정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시장에선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미국 금리 인상 관련 분석 보고서를 내고 “오는 6월 FOMC에서 올해 금리 인상 전망치가 3회에서 4회로 상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예상대로 Fed가 올해 말까지 추가로 3회 더 금리를 인상하고,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면 한·미 금리 차는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전상용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한·미 금리 차가 0.75%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외국인 자본 유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한은으로선 금리를 붙잡고 있기 부담스러운 이유다.
엇갈리는 금리 인상 시기 전망
그렇다고 선뜻 미국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이 총재는 여러 차례 “미국의 금리 결정은 국내 통화정책의 결정 요인이지만 국내 경기와 물가 흐름, 금융안정 상황 등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우선 물가가 부진한 게 변수다. 소비가 얼마나 활발한지 보여주는 근원물가상승률은 1%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치(2%)를 밑돌고 있다. 근원물가가 둔화한다는 건 소비 심리가 악화돼 있다는 뜻이다. 수출이 이끄는 경기 회복세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금리 인상에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악화 가능성도 우려되는 변수다.
시장에선 이 때문에 한은의 올해 금리 인상이 1회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2회 가능성도 거론된다.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두고서도 5월설과 7월설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말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틀었지만 올 들어 1월에 이어 2월까지 연이어 금리를 동결했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국내 물가가 낮고 통상 압력도 커졌다”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은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첫 금리결정 회의는 오는 7월12일이다.
반면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많게는 올해 두 번 정도 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5월 인상을 예상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네 차례로 조정한다는 신호를 주면 한은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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