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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적합업종'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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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특별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어제 공청회 절차까지 마친 이 법안은 대기업의 특정사업 진출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소규모 상인이나 소상공인 단체가 정부에 해당 품목의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게 골자다. 정부가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 사업의 축소와 철수까지 권고할 수 있다. 불이행 시 강력한 제재가 따른다.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대·중소기업 자율로 협의·조정되는 것과 달리 생계형 적합업종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 강제력을 발동한다는 점에서 경쟁제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 고도화 과정에서 생기는 소외지대의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정부의 강력한 보호정책이 효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법안대로라면 자영업자 한 명이 신청해도 정부는 심사를 해야 하고, 대상 업종의 제한도 없어 법의 남용이 우려된다. 당장은 애완동물 사업, 대리운전, 담배소매 같은 분야를 염두에 뒀다지만, 골목상권의 완제품과 중간재 중에서 대기업과 무관한 것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

벤처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융·복합으로 산업생태계가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기술·서비스의 등장을 원천봉쇄할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해 OECD가 구조개혁 평가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경쟁을 막는 대표적 규제라며 개혁 대상으로 꼽은 것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였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사업유형도 한층 복잡 다원화되는 시대에 인위적인 사업 구분과 과도한 보호로 인해 생산성이 하락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비자 편익도 중요하다. ‘카센터’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때 소비자들이 안전에 대해 걱정했던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빵집, LED조명 사업에서 대기업 진출을 막은 결과 외국 업체만 활개쳤던 ‘역차별 규제의 역설’도 오래지 않은 교훈이다. 적합업종 지정이 통상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약자보호라는 명분의 적합업종 법제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생태계를 왜곡시키고 거꾸로 격차를 더 키우는 것은 아닌지 냉철한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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