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5G 기대감도 '싸늘'
KT '사상 최저가' 후 제자리걸음
SKT·LG유플러스도 연일 약세
통신비 인하로 수익성 악화 전망
5G 투자 성과는 아직 멀어
"배당수익률 연 4%까지 올라
주가 대비 기업가치 매력 커져"
[ 김우섭 기자 ] 바닥인 줄 알았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주 3형제’ 주가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어닝쇼크(실적 충격)’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5세대(5G) 이동통신의 수익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는 1.09% 오른 2만7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12일 사상 최저가인 2만7450원(종가)으로 떨어진 뒤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5G 조기 상용화 기대로 지난해 8월2일 주가가 3만5400원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날 LG유플러스(-2.77%)와 SK텔레콤(-1.06%)은 하락세를 보였다. 두 회사 주가는 단기 고점이었던 지난 1월19일보다 각각 21.15%와 16.96% 하락했다.
통신주 주가의 발목을 잡은 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컸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면서 통신사와 선택약정할인폭을 요금의 20%에서 25%로 확대하기로 합의해 수익성이 낮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통신사의 선택약정할인폭 확대로 올해 사용자 할인 금액은 2조2100억원에서 2조81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한다. 이만큼 통신사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다.
5G에 대한 기대도 약해지고 있다. 5G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이 기술이 실적으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5G 투자를 늘린 KT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70% 감소한 134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예상치인 영업이익 2212억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부에선 저가 매수 기회 주장도
펀드매니저들은 통신 3사를 “보유하기엔 수익률이 떨어지고, 손절하자니 저평가 매력이 아쉬운 종목”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주가흐름이 부진하다보니 국내 469개 액티브펀드 중에서 이들 주식을 보유하지 않거나 작년 8월 이후 비중을 낮춘 펀드가 66.95%에 달한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통신주의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SK텔레콤의 PER은 6.70배로 시장 평균(9.40배)보다 훨씬 낮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대비 통신 3사의 시가총액 비중은 2% 안팎이다. 현재의 인터넷 속도에 만족한다는 사용자가 적지 않은데 5G 전환을 위해 비용을 얼마나 더 치를지 알 수 없다며 부정적인 평가가 여전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주가 하락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주가 하락으로 통신 3사의 배당수익률이 연 4% 안팎까지 올랐다”며 “수익이 꾸준히 나는 업종인 데다 밸류에이션 매력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통신업 전체보다는 개별 기업의 이슈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자산을 팔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과세이연제를 이용하기 위해 올해 안에 인적분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5G 상용화 이슈와 맞물려 주가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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