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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주로서의 권리, 주총 참여로 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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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폐지로 주총대란 우려
의결정족수 위해 소액주주 참여 절실
건전한 주주행동이 기업가치 올려



#1. 매년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도시 오마하에서는 투자회사 벅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린다. 3일간의 주총에서는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식품회사 등 소비재기업들의 상품을 전시하고 파는 쇼핑데이 행사, 달리기 행사 등도 함께 진행된다. 때로는 워런 버핏이 우쿨렐레를 연주하는 공연도 있다. 정식 주총에서는 세계 경제전망에 대한 토론도 벌어지는데, 워런 버핏은 6시간에 걸쳐 주주의 질문에 응답하기도 한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주주는 물론 관람객, 세계 언론 등 4만 명이 모여들며 오마하의 최대 축제가 됐다.

#2. 지난 9일 국내 모 제약회사 주주총회. 이 회사는 이날 선임했어야 할 감사와 감사위원을 결정하지 못했다. 안건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 25%(지분 기준 12.64%)가 확보 안 돼 결국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2017년 ‘상장회사 주주총회 백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 중 절반이 넘는 57%가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10%를 밑돌았다. 주주총회 평균 진행시간도 30분에 불과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총 참여가 경제적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주총 참여가 번거롭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가지 모두 잘못된 판단이다.

우선, 주총 참여와 적극적 의사개진은 기업의 경영 개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전한 주주행동주의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워준다.

앞서 언급한 벅셔해서웨이 사례만 보더라도, 주주와 경영진이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문화가 수익률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벅셔해서웨이는 1964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0만%의 누적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종목의 수익률을 100배 이상 웃돈다.

절차상의 번거로움도 크게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모바일 주총 서비스’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 클릭만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 소액주주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적극 노력 중이다.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제도를 활성화하고, 주주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별 주주총회일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증권회사도 관련 안내와 주총 홍보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를 폐지하면서 소액주주의 참여는 더욱 절실하다. 1991년 도입된 섀도보팅 제도는 주주가 의결권 행사를 하지 않더라도, 주주의 찬반 비율에 따라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대신해 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쉽게 의결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의 권리를 경시하는 풍조가 생겼다는 비판이 제기돼 지난해 말 폐지됐다. ‘산이 펼쳐지면 타고 온 배는 버려야 하는 것’처럼 시대와 단계에 따라 필요한 제도도 달라진다. 다만 오래된 상법상의 획일화된 의사정족수 제도 개선 등 일부 보완을 통한 제도 연착륙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국민은 지난 대선에서 77.2%라는 투표율을 기록, 정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민주화를 이끌어 냈으며,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됐다. 이제 자본시장에서도 참여민주주의가 절실하다. 정부가 표방한 ‘섀도보팅 폐지’와 전자투표제 활성화,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좋은 처방이 될 것이다.

때마침 지정학적 불안 요소도 떨쳐내 한국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우리 주주들의 힘으로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의 체질을 한 단계 개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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