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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북상하는 '깡통주택'… 지방 산업도시 이어 수도권 외곽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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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쏟아지는 곳 '입주쇼크' 본격화

구미·천안 등 전세가율 높았던 곳 '휘청'
동탄 물량 쏟아지자 화성·용인도 '충격'
울며 겨자먹기로 세입자가 집 떠안기도



[ 전형진 기자 ]
전국에서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세입자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집주인이 집을 포기함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떠안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 김재권 법무법인 효현 변호사는 “세입자가 경·공매에서 우선적으로 전세 보증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집값이 전셋값 아래로 떨어지면 별 의미가 없다”며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적은 곳에 집을 얻을 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입주 많은 곳 ‘깡통주택’ 속출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깡통주택은 주로 충남 천안, 경북 구미 등 단기간에 입주물량이 몰린 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2~4년 전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차이가 작게는 1000만원에 불과했다. 전세가격을 매매가격으로 나눈 비율인 전세가율이 90%에 달했다. 작년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하자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추락하다가 급기야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세가격 아래로 떨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구미다. ‘옥계e편한세상’ 전용면적 84㎡ 매매 실거래가격은 지난해만 해도 2억원을 웃돌았지만 이달 들어선 1억8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16년 9월 계약된 전세가격(1억9000만원)을 밑돈다. 현재 전셋값은 1억300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세 만기가 돌아와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더라도 6000만원가량의 돈을 융통해야 기존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

‘옥계부영1차’ 전용 49㎡의 매매 시세는 지난해 9200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엔 6000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인다. 2년 전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으로 냈던 7500만원보다 낮다. 집주인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집을 팔고도 1500만원가량을 보태야 하는 셈이다. 인근 옥계동 확장단지엔 최근 2년 동안 5400여 가구가 입주했다. 올해와 내년까지 입주 예정인 물량도 6000여 가구나 된다. 옥계동 G공인 관계자는 “3~4년 전 부동산시장 활황기 때 너무 많은 아파트를 분양한 게 문제”라며 “지역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에서도 전세가율이 높았던 단지들의 매매가격이 떨어지면서 깡통주택이 늘고 있다. 두정동 ‘두정극동늘푸른’ 전용 59㎡ 매매가는 최근 1억4500만원까지 떨어졌다.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를 내보내려면 집값에 5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한다. 쌍용동 ‘월봉일성5차’ 전용 84㎡의 집주인은 올해 하반기 퇴거하는 세입자에게 집값만큼인 2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천안은 지난 1월 기준 미분양 주택 수가 4282가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올해만 1만1438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수도권으로 북상 중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깡통주택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동탄신도시와 접한 화성 병점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선 이미 깡통 전세가 흔하다. ‘한신아파트’ 전용 84㎡는 2016년 1억9300만원까지 전세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선 이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 이달엔 1억8500만원에 매매됐다. ‘느치미마을주공4단지’ 전용 84㎡ 역시 과거 전세가보다 낮은 2억1000만~2억3000만원 선에 매매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 주택형은 2년 전 2억2000만~2억4000만원에 40여 건의 전세거래가 이뤄져 만기가 다가오면서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 피해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용인시 역북동 금강아파트 전용 84㎡는 마지막 매매가격이 2억2500만원이다. 2016년 전세가격인 2억4000만원보다 낮다. 최근 전세 시세는 1억6000만원 수준으로 확 떨어져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받더라도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마련해야 한다.

시흥시 정왕동 ‘요진서촌마을아파트’ 전용 59㎡는 2016년 10월 전세가격보다 1000만원 낮은 1억5000만원에 최근 팔렸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매매가격이 2억원을 넘나들었던 주택형이다. 인근 ‘시화청솔’ 전용 48㎡ 역시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셋값에 못 미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입주물량 쇼크가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및 지방에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다”며 “큰 폭의 조정이 온다면 깡통주택이 전국적인 문제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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