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 담아
운용사가 자산 비중 조절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도 선전
[ 나수지 기자 ]
최근 1년간 퇴직연금펀드로 짭짤한 수익을 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 아시아 신흥국 펀드와 자산배분형 펀드를 주로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 가운데 수익률 상위 5% 가입자가 많이 담은 상품을 들여다본 결과다.
◆퇴직연금 고수익 비결은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지난달 말 기준) DC형 가입자의 평균 수익률은 4.47%였다. 이에 비해 수익률 상위 5% 가입자의 수익률은 18.3%였다.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를 통해 파악한 결과다.
DC형 퇴직연금은 투자자가 금융회사를 통해 직접 연금을 운용한다. 확정급여(DB)형은 회사가 금융사와 협의해 연금을 운용하고, 퇴직자에게 정해진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린 지난달에도 꿋꿋이 수익을 낸 퇴직연금 투자 ‘고수’들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에 주목했다. ‘한국투자 연금베트남’ ‘미래에셋 베트남’ ‘유리 베트남알파’ 등 베트남펀드와 ‘에셋플러스 차이나리치투게더’ ‘삼성 누버거버먼차이나’ ‘KB 중국본토A주’ 등 중국펀드를 주로 담았다. 선진국 경기 회복의 온기가 신흥국으로 확산되면서 지난해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상승세를 탔다.
운용사가 알아서 자산 비중을 조절해주는 자산배분형 펀드도 ‘고수’들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미래에셋 글로벌솔루션40’ ‘삼성 한국형TDF2040’ ‘미래에셋 QV솔루션30’ 등이다. 이들 상품은 한 펀드에만 가입해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 글로벌솔루션40은 펀드 내에서 여러 해외 주식형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글로벌 경기 전망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품을 담는다.
운용사가 자산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준다는 것도 자산배분형 펀드의 장점이다. ‘삼성 한국형TDF2040’은 투자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생애주기에 맞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한다. 은퇴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위험자산을 많이 담아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은퇴시점에 가까워지면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 ‘잃지 않는 투자’에 집중하는 식이다.
◆“분기에 한 번은 포트폴리오 조정해야”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안정적으로만 자금을 굴리려다 수익률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투자 고수들이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를 주로 담은 것에 비해 소비자원금보장형 상품에만 몰려 있다는 분석이다.
류두형 신한BNP파리바 연금솔루션센터 팀장은 “연금 회수 시점이 은퇴 이후인 만큼 가입자들이 수익률에 다소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개인형 퇴직연금은 절세 목적으로 가입하는 투자자가 많은 점도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다.
시장전문가들은 만족스러운 수익을 내려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원금보장형 상품을 고집하기보다는 위험자산에도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은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대부분 투자자들은 한 번 정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10년 이상 계속 가져간다”고 말했다. 그는 “상승 가능성이 희박한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남겨둬 수익률을 갉아먹는 사례가 많은 만큼 적어도 분기에 한 번은 포트폴리오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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