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25시
[ 김동현 기자 ] 지난달 말 국내 한 증권사는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관한 부정적인 분석보고서를 냈다가 끊임없이 걸려오는 투자자들의 항의 전화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뒤 “어닝쇼크를 냈다”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자 주주들이 “보고서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며 집단으로 불만을 쏟아낸 탓이다.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담당 연구원이 소신을 가지고 보고서를 썼는데 주가가 8% 급락하면서 일상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거센 항의를 받았다”며 곤혹스러워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셀트리온그룹 계열사 관련 보고서 작성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트리온이 지난달 9일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간 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에 올랐지만, 이 회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낸 국내 증권사는 3곳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셀트리온 계열사들은 다른 바이오 종목과 비교해 뛰어난 수익구조를 자랑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크다 보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관련 의견을 내놓기를 주저하는 애널리스트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부정적 보고서를 내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주주들이 많은 것도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공개 보고서 작성을 꺼리면서 외국계 증권사 의견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노무라금융투자와 도이치증권이 내놓은 부정적인 보고서는 셀트리온 주가의 가파른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증권업계에선 셀트리온그룹 주가가 과거 공매도(주식을 빌려 파는 전략) 세력과의 대결 양상을 보이며 상승하는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부정적 분석 보고서에 대응하는 개인 주주들의 단결력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 주주들은 2016년 신문광고를 내고 “악성 공매도 세력의 투기적 공매도가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개인 주주는 “외국인과 기관의 주요 공매도 창구로 활용되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대다수 주주가 강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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