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란 중소기업부 기자)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텔의 슈팅스타 드론 1218개가 오륜기 모양을 만들면서 밤하늘을 수놓는 모습(사진)이 전세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드론을 제작하고 쇼를 기획한 게 한국 기업이 아닌 인텔이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한국의 모습이 전세계에 전달된 것 같아 자랑스럽다”고 평했습니다.
드론사업을 하고 있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개·폐막식 때의 드론쇼를 어떻게 봤는지 물었는데요. 의외로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경북 창원에서 드론사업을 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드론산업이 ICT산업의 핵심 분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정부가 일찌감치 드론산업의 잠재력을 알아봐주고 규제 등을 풀었다면 인텔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이 드론쇼 연출의 주역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합니다.
2015년에 창업한 이 대표는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사업을 찾는 데에만 1년 반이 걸렸습니다. 회사를 다니다가 기술창업을 한 경우라 처음엔 “대학을 갓 졸업한 친구들보다 사업아이템도 현실성있고 자금력도 나쁘지 않다”며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드론산업이 크게 발달할 거란 말만 많았지 정작 사업아이템을 들고 찾아간 창업지원기관에선 “기술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없고 시험 비행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없어서 드론사업은 지원해주기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돌아오곤 했었답니다. 그는 수도권이 고향이지만 전남 고흥의 드론시험비행장과 가까운 곳을 찾아 경남 창원에서 창업을 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드론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투자금을 늘리면서 드론산업에 관심을 갖는 모습입니다. 올해 1월 정부는 5년간 3500억원을 투입해 공공분야에만 3700여 대의 드론을 도입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미 늦었다”는 자조가 나옵니다. 한국의 드론 산업 규모는 100억원 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한창 드론산업의 규모가 커지던 2010년대 중반까지 사업 규제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드론 업체는 1200여 개. 이 중 수익을 내는 곳이 30여 개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신설된지 얼마 안 된 초기 연구개발 업체들이기 때문입니다.
드론 핵심 기술경쟁력 분야에서 세계 5위인 한국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일본의 경우 2015년 즈음부터 드론을 활용한 화물 운송을 허용하도록 하는 등 발빠르게 규제 완화에 나서왔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22년 도쿄에서 올림픽을 할 때쯤 드론 택배를 상용화하는게 목표라고 여러차례 밝혔었는데요. 어쩌면 2022년 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일본 기업이 직접 기획한 드론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끝) /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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