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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김여정과 현송월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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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아 정치부 기자 mia@hankyung.com


[ 이미아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지난 9일)을 전후해 북한에서 온 두 명의 여성이 세계를 뒤흔들었다. 한 명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고, 다른 한 명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다.

김일성 일가 일원 중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김여정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에 초청한다”는 ‘오빠의 메시지’를 전했다. 북한 예술계의 실력자로 알려진 현 단장은 지난 8일과 11일 강릉과 서울에서 각각 공연을 펼쳤다. 김여정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이 각국 언론의 1면을 장식했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에선 밝게 웃으며 박수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 전파를 탔다. 현송월은 서울 공연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북한 가요 ‘백두와 한나(북한에서 한라산을 이르는 말)는 내 조국’을 열창했다. 두 사람은 ‘평창올림픽의 스타’가 됐다.

하지만 김여정과 현송월은 북한이 여전히 봉건시대 왕조체제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이자 김일성 시절부터 3대째 김씨 일가에 ‘충성’해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작 30세(추정)인 김여정에게 자리를 양보할 정도로 시종일관 깍듯이 대했다. 김여정은 올림픽 개막식에서 정상급 인사들만 앉을 수 있는 김영남의 옆 귀빈석에 당당히 앉았다.

현송월이 부른 노래는 원래 북한 체제를 찬양한 곡이다. 가사 중에는 ‘태양 조선 하나 되는 통일이여라’란 표현이 있다. 여기서 태양은 김일성을 상징한다. 이 때문에 선곡 과정에서 우리 측과 마찰을 빚다가 가사를 ‘우리 민족 하나 되는 통일’로 바꿨다. 북한에서 음악은 체제 선동의 대표적 수단이다.

미국과 일본에선 벌써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감옥 국가’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버금가는 이미지 변신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김여정이 체제 홍보책임자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전했다. 남북 화해 무드에 취해 우리 정부가 이들의 지적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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