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1차관, 국회서 인정
정부·미국 GM '기싸움' 예고
김동연 "GM 한국 철수 등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 중"
GM "한국 정부 자금지원 땐 신차 연 30만대 물량 배정"
자금지원·구조조정 방안 놓고 정부-GM 신경전 치열할 듯
[ 장창민/김일규 기자 ]
정부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증자 참여 등 자금 지원 요구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GM의 자금 지원 요청 자체를 부인해오다 이틀 만에 이를 번복한 것이다.
▶본지 2월8일자 A1·3면, 2월9일자 A17면 참조
정부가 GM과 증자 및 재정 지원 등을 놓고 포괄적 협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개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GM과 협의하고 있느냐’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이 만나 협의했다”고 밝혔다. 고 차관은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어떤 얘기를 했느냐’는 질문에 “한국GM의 경영상황과 계획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증자 및 금융, 재정 지원 얘기가 있었느냐’고 재차 질의하자 고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와 방식, 구조조정 방향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GM 간에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김 부총리는 한국GM에 대해 “예단은 쉽지 않지만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증자 참여와 자금 지원 요구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들은 GM(지분율 76.96%)이 2대 주주인 산업은행(17.02%)에 한국GM에 대한 증자 및 대출 재개 등 포괄적 지원을 요청했다는 본지 보도를 부인해왔다.
한국GM 문제를 당장 수면 위로 끌어올려 논란이 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GM이 끊임없이 한국 철수설(說)을 흘리며 압박을 이어가자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GM의 요구를 공개하고 향후 처리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가 인정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GM은 최근 한국 정부와 산은에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포괄적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GM에 대한 △3조원 안팎의 증자 참여(산은 5000억원) △대출 재개 △세금 감면 등이다. 산은과 금융위에는 증자와 대출 재개를 요구하고 기재부, 산업부 등에는 재정 지원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3조원 안팎의 증자가 추진되면 2대 주주인 산은은 5000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GM은 증자 과정에서 기존 한국GM에 빌려준 돈(약 3조4000억원) 일부를 출자전환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자금 지원 방안은 양측의 협상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GM 측은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면서 최소 연 30만 대 이상을 추가로 수출할 수 있는 글로벌 신차를 한국GM에 배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현재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진 전북 군산공장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게 GM 측 판단이다.
GM은 한국 정부와 산은이 지원 요청을 거부하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올초 방한해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산은, 금융위 관계자 등과 연쇄 면담을 했다. 그는 지난 7일 다시 방한해 8일 유정복 인천시장과도 만났다. 이어 정부 및 산은 관계자들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산업부가 주무부처지만 기재부도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가 국내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지만, 산은을 관장하는 금융위와 기재부가 증자나 재정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수단은 쥐고 있기 때문에 김 부총리가 직접 총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업무보고 자리에선 GM의 한국 철수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 부총리는 GM의 철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예단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 ‘GM이 철수하면 약 30만 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는 만큼 여러 사항을 검토해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GM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 여부 및 방식, 구조조정 방향 등을 놓고 GM과 정부 간 치열한 신경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장창민/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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