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억달러 수출 이후 6년 만에…수출 품목도 1200여개 달해
FTA로 국내 축산시장 위축
동물 의약품도 내수 꺾여
34조 해외 시장으로 눈 돌려
세계인구 늘어 축산업 '쾌청'
반려동물산업도 꾸준한 성장
선진국 수준 설비 갖춰야
수출 성장세 이어갈 것
[ 한민수 기자 ]
동물용 의약품 기업들이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육류 소비와 애완동물이 늘고 있는 동남아 남미 등으로 발판을 넓히고 있다. 수출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억7200만달러(약 3070억원)였던 동물용 의약품 수출은 올해 3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1억달러에서 6년 만에 세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수출 기업 수도 2011년 35개에서 지난해 80개, 수출 품목은 621개에서 1232개로 증가했다.
정체된 국내시장
동물용 의약품은 축산산업의 성장과 관계가 깊다. 국내 축산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에 따라 위축됐고, 동물용 의약품 내수시장도 성장세가 꺾였다. 이정은 한국동물약품협회 수출입지원팀장은 “한·미 FTA와 한·칠레 FTA 등의 여파로 국내 축산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동물약품시장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했다”며 “내수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업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맞물려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2016년 7112억원 규모였다. 300여 개의 동물용 의약품 및 의약외품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반면 세계 동물용 의약품시장 규모는 34조8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축산산업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던 한국 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배경이다.
해외시장 전망은 ‘쾌청’
세계 동물용 의약품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인구가 2050년 현재보다 약 20억 명 늘어난 95억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와 축산산업의 성장이 꾸준할 전망이다. 반려동물산업의 성장도 동물용 의약품 업체에 기회다.
국내 1위 동물백신 업체인 중앙백신의 수출 비중은 2008년 6.9%에서 지난해 23%로 확대됐다. 현재 태국 방글라데시 러시아 등에 동물용 백신을 수출하고 있고, 올해는 인도와 이집트 진출도 예상 중이다. 축산물의 항생제 잔류 문제로 백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글벳은 뉴질랜드와 호주를 시작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지난해 5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국내 동물약품업계 최초로 무균 주사제 생산시설에 대한 유럽 인증을 획득해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구충제 유럽 승인을 진행 중이고 올 상반기 출시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 인증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 제품의 위탁생산(CMO)도 계획 중이다.
진입장벽 낮은 동남아 등 집중 공략
씨티씨바이오도 2014년 강원 홍천에 신축한 공장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미국 최대 사료업체인 랜도레이크에 사료 효율을 높여주는 효소제 수출을 시작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축산 중진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의 인허가가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축산 선진국에 비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체용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동물용 의약품도 각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선진국 기준에 맞는 생산설비를 우선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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