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이끄는 디지털미래연구소(CDF)에서 매년 하는 ‘인터넷 서베이’ 올해 조사에서 생산성 분야가 흥미롭다. 이 서베이에 따르면 2007년에는 응답자의 71%가 인터넷으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2016년에는 60%로 떨어졌다. 특히 2007년에는 55~64세 응답자의 82%가 인터넷으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나 2016년엔 60%밖에 되지 않았다. 10년 사이 22%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미국인들의 인터넷 피로감이 확연히 드러나는 서베이다. 물론 미국 경제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생산성 패러독스(역설)와 연결돼 있다. 로버트 솔로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생산성 패러독스는 정보기술(IT)에 많이 투자하더라도 생산성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크게 생산성을 증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여러 경제학자에 의해 제기돼 왔다.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디지털 기술이 생산성에 기여한 것은 1996년과 2004년 사이였으며, 이미 사라졌다고까지 얘기했다. 그는 인터넷이 내연기관이나 전력 발명과 같은 엄청난 혁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에서 나오는 생산성 성장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현재의 생산성 지표에 집계되지 않았을 뿐이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편의성과 이익이 너무나 크다고 반박하는 학자도 많다.
정작 지난 23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라지브 수리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8년부터 2033년 사이 미국의 생산성이 30~35%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미 경제에 2조8000억달러의 부가가치를 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현상이 미국 1950년대의 성장기와 맞먹는다고 강조했다. 수리 CEO는 에너지와 전송, 원격의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분산화된 생산 등에서 생산성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진정한 생산성 혁명은 삶을 바꾸고 생활을 바꾼다고 했다. 사회도 바꾼다. 정작 중요한 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점이다. 제조업과 ICT(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모든 생산 과정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소비자에게 최적화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는 바로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는 생산성 혁명이다. 그것이 인터넷 혁명과 다른 점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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