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법안 논의·현안 회의 않고 "과방위 소관" 책임 떠넘기기
여야, 대책모색 없이 비판만
[ 박종필 기자 ] “어느 상임위원회에서 다루는지 잘 모르겠네요.”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국회 상임위가 어디냐는 질문에 대한 국회 관계자의 답이다. 온 나라가 ‘비트코인 광풍’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소관 상임위를 놓고선 여야 모두 몸을 사리고 있다. 충북 제천 화재참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정부 주무부처 관계자 불러다놓고 질책을 퍼붓던 평소 국회 모습과는 딴판이다.
일단 가상화폐를 다루는 주무 상임위는 정무위원회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가상화폐와 관련해 유일하게 발의돼 있는 법안이 정무위에 계류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 규정과 이용자 보호 제도를 마련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정무위 소관인 금융위원회는 여당 의원실과 가상화폐 공청회를 하고 태스크포스(TF)도 운영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박 의원 법안은 논의 테이블에도 못 올라온 채 뒷전으로 밀렸다. 현재까지 소관 부처인 금융위의 현안 보고조차 받지 않고 있다. 상임위 활동의 기본인 법안 논의와 현안 점검까지 모두 내팽개쳐진 셈이다.
정무위가 소극적인 데는 금융위 태도가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은 “금융위가 가상화폐를 기존 금융권에 넣지 않으려고 복지부동하고 있다”며 “예전 키코(KIKO) 사태를 겪으면서 가상화폐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덤터기(책임 추궁) 쓸 수 있다는 판단에 제도금융권으로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정무위 의원은 “가상화폐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4차 산업혁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고 책임을 돌렸다. 정부(금융위)와 국회(정무위)가 너나 없이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정무위가 손놓고 있는 사이 가상화폐 논란은 지난 11일 국회 4차산업특위 회의 에서야 겨우 다뤄졌다. 금융위가 이 자리에 업무보고를 하러 왔기 때문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과열 거래로 인한 부작용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여야 지도부는 아침 회의 때마다 가상화폐 열풍을 걱정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당·정 엇박자를 우려해 대응책과 관련한 발언은 아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대응 부실을 질타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걱정만 쏟아낼 게 아니라 당장 주무부처와 담당 상임위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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