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배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뉴 롯데'의 운명이 재판부의 손에 달렸다.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2)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업개편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그리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등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이들은 각각 징역 10년(신동빈·신격호), 7년(신영자·서미경), 5년(신동주)을 구형받았었다. 작년 10월19일 재판에 넘겨진 지 14개월 만에 재판부의 첫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재벌그룹 총수일가와 함께 전문경영인 4명(채정병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지원실장, 황각규 전 운영실장, 소진세 전 대외협력단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도 이날 선고를 받게 된다.
이날 재판은 롯데그룹이 피에스넷을 인수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지가 관건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가 인정돼 법적 구속될 경우 '뉴 롯데'의 행보는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해온 지주사 전환 작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이달 초 롯데칠성과 롯데푸드가 보유 중이던 롯데지주의 보통주 48만5112주(지분율 0.66%) 및 우선주 17만957주와 보통주 47만4148주(0.64%)를 전량 처분했다.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 상호출자 고리 2개를 끊은 것이다.
롯데는 지난해 지배구조개선 방안에 따른 계열사 간 지분 정리(2016년 2분기말 416개 중 349개 해소)와 올해 지주사 설립으로 기존의 순환출자 고리 나머지(67개)를 모두 해소한 바 있다.
다만 롯데지주 설립을 위해 진행한 계열사 분할·합병(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이후 새로운 순환 및 상호출자 고리가 생겨났는데 한국후지필름,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가 갖게 된 롯데지주의 지분 3.8%, 2.4%, 1.1% 등이 그것이다.
롯데칠성과 롯데푸드의 순환출자 고리는 이렇게 정리됐다. 롯데는 신규 순환 및 상호출자 고리를 공정거래법에 따라 발생일로부터 6개월 이내(2018년 4월까지)에 없애야 한다.
롯데는 지주사와 분할·합병 자회사가 재상장(10월30일)한 지 불과 1개월 만에 상장자회사의 상호출자부터 해소했다. 합병 및 현물출자유상증자가액 규정(1개월간 주가로 산정)이 풀리자마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롯데는 앞으로 순환·상호출자 정리 외에도 롯데관광·화학 계열사를 추가로 편입하고 이들 계열사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역시 상장해야만 한다.
신동빈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가 인정되면 호텔롯데의 상장 심사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규정에 따르면 경영자의 투명성이 주요한 상장 심사 요건이기 때문이다.
한·일 롯데 경영권 수성 역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일본롯데홀딩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경영비리 혐의가 인정되면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나 주총 등에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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