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항소심 나와 진술 "삼성, 로드맵 따라 승마 지원"
실소유주 삼성으로 확인되면 이재용 부회장 2심서 감형 '주목'
[ 이상엽 기자 ] 최순실 씨(사진)가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 관련 혐의의 유무죄 판단을 가를 ‘말 소유권’에 대해 작심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20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전직 임원 등 5명에 대한 15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는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말 구입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특검 질문에 “삼성이 말 소유권을 전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허가의 문제가 아니다”고 진술했다.
카푸치노의 구매가 무산된 뒤 비타나V, 라우싱1233을 사들인 경위에 대해서는 “삼성의 중장기 로드맵에 포함된 것으로 독일에 선수들이 오면 말을 구매한다는 계약서에 의한 것”이라며 자신은 개입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무렵 최씨가 ‘승마협회 회장사를 한화에서 삼성으로 바꿔야겠다’고 얘기했다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의 증언에 대해서는 “김 전 차관은 특검에 협조를 많이 했다”며 “두 사람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말 소유권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2016년 9월 최씨가 독일의 말 중개상 헬그스트란과 맺은 ‘말 교환계획’을 둘러싼 의혹도 다뤄졌다. 그간 ‘말 세탁’이라고 알려진 말 교환계약의 실체에 대한 첫 진술이다.
1심 재판부는 삼성이 헬그스트란과 체결한 그해 8월의 계약을 허위매매계약이라고 봤다. 허위가 아니라면 헬그스트란이 이후 최씨 측과 또 다른 교환계약을 체결할 리 없다고 본 것이다. 당시 최씨 측은 기존의 말 두 마리를 다른 마종으로 교환하는 계약을 맺었다. 특검은 말 소유권이 최씨 측에 넘어갔기 때문에 이 같은 교환이 가능했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 측은 교환계약은 삼성이 몰랐던 최씨 측의 독단계약이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말 교환 계약은 삼성 모르게 한 것”이라며 “계약은 있었지만 삼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최씨의 진술은 선고를 앞둔 2심 재판부에 고민을 안겨줄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증인으로 기습 출석한 정유라 씨가 “엄마가 ‘말을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삼성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말했다”고 한 증언을 결정적 단서로 보고 승마 지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마필 등의 실소유주는 삼성이며 정씨에게는 ‘대여’ 형식으로 제공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최씨가 말 소유권을 요구하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 2015년 11월 중순 이후부터 소유권이 넘어간 것이라고 봤다.
이날 최씨의 진술처럼 말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경우 이 부회장의 형량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뇌물공여 혐의는 물론이고 이와 연관된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1심에서 최씨의 증언 거부로 이런 증거 없이 판단이 내려진 것을 감안하면 삼성에 긍정적일 수 있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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