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도 "소강 기간 있어야"
틸러슨 '돌출 발언' 논란 확산
[ 정인설 기자 ] 조건 없는 대북 대화를 제의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낳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2일 “북한과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겠다”고 했지만 다음날 백악관이 “북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어렵다”는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국무부 대변인조차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온도 차를 보여 틸러슨 장관의 언행이 하루 만에 돌출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근본적 행동 개선 없이는 북한과 어떠한 대화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앤턴 대변인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고려하더라도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시점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첫 만남을 하겠다”는 틸러슨 장관의 말과 큰 차이가 있는 설명이었다. 전날 틸러슨 장관은 워싱턴DC에서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로이터통신은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백악관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국무부조차 틸러슨 장관과 견해차를 보였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떠한 협상을 시작하기 전이라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중단하는 소강 기간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이 백악관의 그간 입장과 대치되는 새로운 정책을 수립한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정책은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틸러슨 장관의 파격 발언에 백악관이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최대한의 압박을 독려한 상황에서 나온 틸러슨 장관 발언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혼란을 싹트게 할까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다시 한번 북핵 해법을 놓고 이견을 노출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대한 세 가지 큰 의문점’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북한이 대화 의지가 있는지와 백악관 동의 여부, 미국이 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을 받아들일지 모른다는 설명이다. WP는 “쌍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 해결법으로 제시해왔으나 미국은 줄곧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 말께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및 독수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이 한·미 당국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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