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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의 데스크 시각] CJ가 제약사업 접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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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CJ그룹이 제약 계열사 CJ헬스케어를 매각한다는 소식에 제약·바이오업계가 뒤숭숭하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이재현 CJ 회장마저 두 손을 들게 할 만큼 취약한 우리 제약·바이오산업 현실 때문이다.

CJ가 제약사업을 접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진한 성적 탓이다. 1984년 유풍제약을 인수하며 제약산업에 발을 들인 CJ는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에 나섰지만 업계 10위권을 맴돌고 있다. 수익성 낮은 수액과 제네릭(복제약)에 의존하는 구조다. 10여 년이 걸린 1호 신약 테고프라잔(역류성 식도염치료제)의 판매 승인을 앞두고 있지만 상업적 성공을 점치기는 섣부르다. 미래 가능성이 불확실한 제약사업보다는 경쟁력 있는 식품사업을 더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설명이다. CJ헬스케어 매각이 선택과 집중의 결과인 셈이다.

리스크 큰 신약 개발 부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한숨만 나온다. CJ헬스케어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주요 제약사 실적이 올 들어 개선됐다지만 대부분이 외국산 의약품이나 제네릭 판매에 기댄 결과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9월 제넨텍에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한 것을 끝으로 굵직한 기술수출 소식이 뚝 끊겼다.

제약바이오 창업의 마중물 역할을 한 벤처 투자마저 위축되는 분위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는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2449억원에 그쳤다. 작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2013년 1463억원에서 지난해 4686억원으로 3년 연속 가파르게 증가하던 투자 열기가 꺾이면서 바이오 창업 붐이 식고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물론 악재만 쌓인 것은 아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 등 일부 국산 신약은 해외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쌍두마차도 해외에서 선전하는 중이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 3분기 글로벌 매출이 1억1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치료제 베네팔리는 지난 3분기 유럽에서 매출 992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세 배 넘게 성장했다.

바이오산업 푸대접하는 정부

문제는 정부다. 문재인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바이오 육성 액션 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들은 빅데이터 재생의료 정밀의료 육성과 국가 R&D 정책 기본계획을 밝힌 게 전부다. 의료 빅데이터 기반의 정밀의료, 스마트폰으로 가능한 디지털 의료 등이 실제 가능해질 수 있게 하는 제도 정비는 뒷전이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마저 4차 산업혁명 국정과제에서 바이오를 제외했다.

산업계와의 소통도 예전같지 않다. 고위 공직자가 바이오업계 전문가를 만나기 위해 산업 현장을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장차관이 주재하는 정책간담회가 열린 지도 오래다. 업계에선 “귀찮을 정도로 뻔질나게 찾을 때가 오히려 좋았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온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정책을 제대로 짜고는 있는 것인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 정부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융복합화되는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영태 바이오헬스부장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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