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요? 대학 교수가 사업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에요. 경험해본 입장에서 말리고 싶습니다. 기술이 있어도 생산할 공장이 있어야 하고 영업도 해야 하거든요.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는 게 사실이죠."
27일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기술 기반 창업에 강점을 지닌 교수들의 '실험실 창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창업을 경험한 교수들 사이에서는 회의적 분위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 창업이란 교수나 연구원이 실험실 내 시설을 활용해 개발한 연구성과를 사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벤처 창업을 할 경우에는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 바람이 일었지만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금세 붐이 꺼졌다.
하지만 창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최근 1~2년 들어 신장세를 보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대 교원 창업자 수는 204명으로 2년 전(44명)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대학들이 교원업적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등 창업을 적극 독려했기 때문이다. 교원평가 지표에서 기존에 요구하던 논문 외에 창업 실적도 인정하는 등 학칙을 개정한 학교들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교수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태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교수는 연구 성과에 바탕한 원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대량생산할 수단과 자금이 부족하다. 상용화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는 자조가 나온다.
2000년대 초부터 실험실 창업을 이어온 박재구 한양대 공대 교수는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사업이란 자본·기술·영업 3요소가 중요한데 교수가 이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며 "특히 대량 생산을 위한 스케일업(Scale up·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 사항)이 핵심인데 이 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가 확충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내부에서 모든 걸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 교수가 설립한 실험실 창업기업 '마이크로포어'는 최근 디스플레이 제작 장비 핵심소재(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 기술로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 원을 투자받았다. 이를 종잣돈 삼아 올해 말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용 단열재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수가 사재를 털어넣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실험용 모형 제조기업인 송원 모션즈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유장열 송원대 교수(건축공학과)는 "초기 자본금 마련이 힘들다. 연구 프로젝트나 과제를 수주해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데 여의치 않은 경우 창업 1~2년 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특별한 창업 유인책이 없을 뿐 아니라 교수 창업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본업인 연구·교육에 집중하지 않고 왜 영리를 추구하는 창업에 몰두하느냐"는 식이다. 창업을 위한 휴직 및 겸직 기간이 제한된 점도 걸림돌이다.
이 같은 단점 때문에 벤처캐피털이나 투자자들이 교수창업에 투자를 꺼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수는 해당 전공에 대한 기술력만 갖춘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화하고 시장에서 통할 전략을 짜는 데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교수창업의 경우 영업, 마케팅 등 실무자들을 영입해 팀 형태 창업으로 가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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