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국감
여당 "금리인상 땐 고용 둔화…경제 연착륙 가능할지 걱정"
야당 "3% 성장 지나친 낙관…성급한 금리인상 경제 찬물"
[ 김은정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한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3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잇따라 제기됐다. 경제 회복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로 올린 데 대해서도 “현실 경제와 무관하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 총재는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 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를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기 좋은 거 맞나”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한은의 경기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반도체나 정보기술(IT)을 빼면 수출·설비투자 지표가 좋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국내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건설 경기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이중 구조를 생각할 때 전반적인 거시지표만 갖고 금리 정책을 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도 “한국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민간 연구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한은이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성장과 물가 추세만 보지 말고 북핵 리스크와 가계부채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여당 의원들조차 한은의 금리 인상 신호에 우려를 나타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청년 고용률이 둔화한다는 내용의 한은 보고서를 언급하며 “한은이 올해 3% 성장률을 전망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연착륙이 가능할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년 의원도 “금리가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와 한계기업의 대출상환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여건이 무르익고 있다는 ‘매파적’ 의견을 재차 드러냈다. ‘금리 인상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방향 자체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은의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소위 체감 경기와 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데이터에 기반을 뒀다”고 강조했다.
◆저금리 실패론·독립성 도마 위
한은의 저(低)금리 실패론과 독립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잇따른 경기악재에도 줄곧 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이 총재가 (2014년) 최경환 전 부총리 취임 후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금리를 계속 내렸다”며 “정부에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현재 금리가 연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점을 들어 한은의 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취임 후 세월호 사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등 경기에 악영향을 주는 충격이 이어져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그간 저금리 정책이 경기 회복의 동력을 살리는 데 분명히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이 총재는 “통화 정책은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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