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천외유천(天外有天) 자세로 독창적 연구 해달라"
"당장 써먹는 기술보다 기초과학 꾸준히 투자"
생명과학 5개 분야에 5년간 연 3~5억원 지원
[ 민지혜 기자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서경배과학재단’이 연구를 지원할 과학자 5명을 처음 선발했다. 지난해 9월 재단이 출범한 지 1년 만이다. 기초생명과학 분야에서 혁신적 주제를 제시한 과학자들의 연구 계획을 세밀히 보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서경배 이사장은 5명의 과학자에게 “‘천외유천(눈으로 보이는 하늘 밖에도 무궁무진한 하늘이 있다)’의 자세로 독창적인 연구를 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이들의 연구가 새로운 세상을 향한 도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야
서경배과학재단이 19일 발표한 후원 대상 교수는 대부분 생명과학 분야 연구자들이다. 선발된 과학자는 강찬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도훈 매사추세츠대 의대 교수, 이정호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임정훈 UNIST(울산과학기술원) 생명과학부 교수, 최규하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등 5명이다. 서경배과학재단은 과학자 1인당 연간 최소 3억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5년 동안 지원할 예정이다.
강찬희 교수는 노화유도 분비인자의 제어를 통한 노화 및 노화연관 질환 연구를, 김도훈 교수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독성 대사물이 질병에 미치는 역할 연구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정호 교수는 후천적 뇌 돌연변이로 인한 신경회로 이상 및 신경정신질환 발병 연구를, 임정훈 교수는 비표준적 단백질 번역에 의한 유전암호 해독의 새로운 원리 규명을 연구한다. 최규하 교수는 식물 유전체 재조합 연구 과제를 제시했다.
재단 관계자는 “노화와 질병에 관한 새로운 연구를 하고자 하는 교수들이 주로 선발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연구과제는 당장 희귀병을 치료하는 방법보다 그동안 규명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다. 서 이사장도 “당장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30년쯤 뒤엔 뭔가 달라지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꿈꾸고 도전해보자”고 이들을 독려했다.
재단은 지난 1월부터 3개월 동안 공모를 거쳐 심사위원단의 1차 패널토론 심사, 2차 발표 및 토론 심사를 진행했다. 지난 14일 이사회에서 최종 선발됐다. 선발 기준은 과연 5년 동안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주제인지, 새로운 세상을 열 만큼 깊이 있는 연구과제인지 등이었다.
◆꿈에 한발 다가간 서 이사장
지난 18일 열린 수여식에는 서 이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부친인 고(故) 서성환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사비를 들여 시작한 그의 ‘꿈’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순간이기 때문이다.
서 이사장은 “이 재단을 설립한 것은 과학 발전 없이는 더 나은 세상으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생명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세계를 개척해나가는 훌륭한 연구자들과 함께 서경배과학재단이 첫발을 내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재단은 서 이사장이 기부한 3000억원 규모의 개인 보유 주식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혁신적 과학자의 위대한 발견을 지원해 인류에 공헌하고 싶다”는 서 이사장의 뜻에 따라 작년 설립됐다. 그는 “돈이 없어 연구를 이어가지 못하는 과학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 노벨과학상을 받는 한국인 과학자가 나올 때까지 20년, 30년이 걸리더라도 지원하겠다”고 재단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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