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매각 차익 배분 과정서 법정관리 밟았던 동부건설 제외
동부건설 "업계 상도의 깬 행위"
대기업 계열사 구조조정 때 후순위 채권자 참여 관행 '급제동'
[ 이지훈/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9월5일 오후 3시41분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차익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자 간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이 후순위 출자자인 동부건설에 이익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소송 결과에 따라선 대기업이 계열사 구조조정에 후순위 채권자로 참여하는 구조의 인수합병(M&A) 거래 관행에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어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B PE와 큐캐피탈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동부익스프레스를 동원산업에 팔면서 거둔 수익 중 후순위 출자자인 동부건설 몫인 약 200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이 컨소시엄은 이익금을 배분하지 않고 500억원의 출자원금에서 경비(약 50억원)를 뺀 450억원만 동부건설에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KTB PE 컨소시엄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 정관에 ‘출자자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을 경우 사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내용은 기업인수용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때 관행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으로 알려졌다.
KTB PE 컨소시엄은 동부익스프레스를 2014년 5월 3100억원에 인수한 뒤 4162억원을 받고 동원그룹에 재매각, 2년7개월여 만에 100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동부건설이 2014년 말 법정관리에 들어간 점을 문제삼았다. 동부건설은 작년 6월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에 매각돼 10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상태다.
동부건설은 “500억원의 출자 약속을 성실히 이행했고, 매각이 순조롭게 끝난 상황에서 갑자기 수익을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동부건설의 새 주인인 키스톤 PE 컨소시엄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동부익스프레스의 후순위채를 회수하고 동부건설이 보유한 동부하이텍 지분을 팔아 2060억원을 주고 산 동부건설의 실질 인수가를 400억원대로 낮추려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M&A업계는 펀드 정관에 명확히 명시돼 있는 만큼 법정 다툼에선 KTB PE 컨소시엄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투자와 매각이 모두 매끄럽게 끝난 상황에서 초과 수익금을 배분하지 않기 위해 소송을 벌이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시각이 많다.
PEF업계는 소송 결과에 따라선 기업 구조조정 관련 거래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기업들은 PEF에 계열사 지분을 팔면서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는 거래 방식을 선호한다. 향후 계열사를 다시 인수할 여지를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 PEF 관계자는 “정관상 허점을 근거로 초과수익을 공유하지 않는 것은 업계 상도의를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송으로 KTB PE는 단기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PEF들이 참여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크게 좁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훈/이동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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