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사에 경영자문위 설치
위험 수준의 기업부채 관리
시진핑 경제계 장악력 커질 듯
[ 허란 기자 ] 중국 기업 부채가 위험 수준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공산당이 국유기업 경영에 개입하기로 했다. 공산당의 기업 장악력을 키우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국유기업 32곳이 최근 몇 달 동안 이사회에 경영 자문을 해주는 ‘공산당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공시했다. 정관엔 “공산당위원회가 제도화되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핵심 역할을 하며 전반적인 상황을 관리하고 방향 제시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공상은행(ICBC) 시틱증권 중국석유화공(시노펙) 등이 정관을 변경했다. 이들 32개 기업의 시가총액 규모는 총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공산당의 경영 개입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제이미 그랜트 퍼스트스테이트인베스트먼트 아시아채권 대표는 “이번 조치가 시 주석의 부패 척결 과제의 일환이라면 투자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부분적으로는 기업 부채를 줄이기 위한 공산당의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업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70%에 달한다. 기업 부채 중 75%를 전통 산업군의 국유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중반 성장세가 멈춘 전통 제조업 등에 저리자금을 수혈하고 생산제한 조치로 생명을 연장시킨 결과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부채 규모를 반영해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낮췄다. 무디스가 중국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정관 변경으로 중국 공산당의 경제계 장악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 주석이 사회 전반에서 공산당이 좀 더 가시적인 역할을 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며 국유기업이 선두에 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의 외교정치 전문매체 포린어페어스는 공산당 중심으로 혁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당내 권력을 장악한 시 주석의 통치 방식을 ‘시토크라시(Xitocracy)’라고 이름 붙였다.
데이비드 웹 전 홍콩증권거래소 이사는 “이번 정관 변경은 기업들에 공산당의 지침을 따르고 주주 가치를 우선하는 결정을 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시장이 더 큰 역할을 하도록 허용한다’는 중국 지도부의 기존 주장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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