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김기덕 감독의 행태에 대해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8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회관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4년 전 발생한 사건인데 피해자에게 왜 가만히 있다가 지금 그러냐고 묻는다. 이 분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국가인권위에 진정과 상담을 했다. 그동안 고통과 분노를 다독여왔다. 올해 영화인신문고 제도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대본에도 없는 성적 장면을 요구하고 폭행했다. 이는 지속된 영화계의 관행임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소장은 "김기덕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연기 지도, 연출이라고 한다. 언제까지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감독의 폭력과 모욕, 납득되지 않는 연출을 참아내며 영화를 찍고 스러져가는 것을 보아야 하는가"라며 "수치심은 피해자 몫이 아니라 가해자 몫"이라고 강조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2009년 고 장자연 사건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라며 "센터 상담 내용 중 여배우들은 성폭행을 비롯한 다양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알리고 싶어도 다시는 이 바닥에 발 못 붙이게 하겠다, 너 하나쯤 매장시키는 것은 일도 아니다 라는 협박을 당하기도 한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피해자가 더욱 말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민문정 대표는 "폭력은 폭력일 뿐, 연출 스타일이 아니다. 폭력적인 제작 환경은 바뀌어야 한다.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아니라 영화계의 환경을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여배우 A씨는 2013년 3월 영화 '뫼비우스'에 엄마 역할로 캐스팅돼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한 상태에서 김기덕 감독이 폭행 및 베드신 촬영을 강요해 하차했다. 이후 피해자는 관련 사실에 대해 전국영화인노조에 알리고 고소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영화산업노조, 여성영화인모임, 찍는 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등 영화계, 법조계 등은 영화계의 잘못된 연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영화인 인권 보장을 위해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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