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강관 주문 '특수'
동국제강, 공장 보수 가을로 미뤄 "올 철근판매 역대 최고 찍을 것"
미국 셰일가스 개발에 수요 증가
세아제강 "유정강관 없어 못팔아"
[ 박재원 기자 ]
국내 철근·강관(파이프) 업계가 ‘폭염 속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거래규제에도 불구하고 2015년 이후 달아오른 아파트 분양 열기로 2019년까지 건설 수요가 풍부하게 대기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확대로 철강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체 근로자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여름 휴가도 반납하며 특근을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철근 재고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철근 생산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매년 여름 시행하던 공장 보수 시기를 각각 10월 초와 11월로 미뤘다.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서 철근을 빨리 달라는 주문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수기인 여름철이 특근체제로 바뀌면서 직원들도 휴가를 단축하고 주말근무에 나섰다. 일감이 없어 장기 휴가를 떠나는 다른 제조업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현재 국내 철근 재고량은 12.5만t으로 최근 10년간 평균치인 25만t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재고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통상 2월과 7월에 하던 라인 보수를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적정 재고량은 30만t 수준이다.
국내산 철근은 2015년부터 아파트 분양시장이 활황기에 들어서면서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국내산 철근 유통가격은 2015년 1분기 t당 52만5000원에서 지난달 말에는 62만5000원으로 1년 새 20%나 올랐다. 올 들어 중국 정부가 공급 억제 정책을 벌인 탓에 중국산 수입철근 가격이 t당 40만원대에서 60만원까지 급등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사들은 그동안 국내산 철근의 부족분을 값싼 중국산으로 대체해왔지만 지금은 가격이 비슷해 더 이상 중국산을 선택할 이유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철근 판매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한 2003년(1140만t)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2015년부터 2년간 전국에 100만 가구에 달하는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철근 제조사들이 전례없는 특수를 누리고 있어서다. 국내 철근 판매량은 2012년 864만t에서 지난해 1047만t까지 늘었다. 올 5월까지 국내에서 팔린 철근은 472만t으로 지금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해 판매량이 1100만t을 넘어서게 된다. 여기에 2019년까지 대기하고 있는 아파트 건설 물량도 탄탄해 철근업계의 호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관업체도 미국발 특수
국내 대표 강관업체인 세아제강 포항공장도 여름 휴가철이지만 이례적으로 주말 특근을 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북미시장에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5월까지 전기용접강관 수출량은 72만1000t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42만7000t)보다 68% 늘었다. 유정용강관도 지난해 같은 기간 9만t에서 올해 29만3000t으로 2.2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대규모 유전개발과 원유수송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에너지 업계가 시추설비 투자를 늘리는 등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세아제강은 미국에서 경쟁사보다 훨씬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4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연례재심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리면서 세아제강에 2.76%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지난해 3.80%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반면 현대제철과 넥스틸은 각각 13.84%, 24.92%로 관세율이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업체를 인수해 현지 가공을 통해 관세장벽을 피하는 우회전략을 사용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급이 달릴 정도로 미국 수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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