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호황에 인기 '시들'…금융당국 규제도 영향
수년간 박스권 장세에서 '전성기'…2014년 17조 순유입 되기도
작년 홍콩H지수 급락 후 '내리막'…이달 들어 2조6000억 빠져나가
[ 김우섭 기자 ]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이 급격히 움츠러들고 있다. 올 들어 사상 최대인 7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갔다. 수년간 박스권 장세에서 전성기를 맞은 ELS가 주식·부동산시장의 동반 호황과 금융당국의 발행 규제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1년간 9조3304억원 유출
2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1일까지 ELS 시장에서 총 6조8606억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2조4698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새 9조3304억원이 증발했다. 상·하반기 연속으로 ELS 자금이 순유출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달(1일~21일 기준) 들어선 월별 기준 사상 최대인 2조6326억원이 빠져나갔다. 순유입액은 월별 신규 상품 판매액에서 조기·만기·중도 상환액을 뺀 금액이다.
ELS는 2014년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상승세에 힘입어 16조9245억원이 순유입되며 전성시대를 맞았다. 주식형 펀드에서 2013년과 2014년 각각 7조3050억원, 2조6346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 홍콩 H지수 급락 사태 이후 투자자 신뢰에 금이 갔다. 14,000선을 넘나들던 홍콩 H지수가 절반 수준인 7500선까지 떨어진 탓이다. 통상 3년 만기인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가 계약 시점에 약속한 수준(보통 계약 시점의 60% 안팎) 이하로 떨어지면 수익금을 받지 못한다. H지수의 급락으로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상당수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얻을 수 있는 수익금은 연 7% 안팎인 반면 손실 구간에 들어서면 기초자산의 하락폭만큼 손해를 본다. 한번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하면 원리금을 받기 위해선 기초자산이 30~40%가량 올라야 한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지점 PB는 “다행히 홍콩 H지수가 10,787.13(지난 21일 기준)으로 올라와 대부분 상환이 되고 있다”며 “다만 ELS에서도 ‘큰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체 상품 늘면서 ‘인기 시들’
전문가들은 ELS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군이 늘어난 것도 인기가 시들해진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새 아파트 등에 직접 투자하거나 연 5~7%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펀드 등에 돈을 넣는 게 ELS 투자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부동산 펀드에는 공모와 사모를 모두 포함해 6조8000억원이 순유입됐다. 연 10% 안팎의 이자를 받는 브라질 국채에도 상반기 3조원 이상 몰렸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0.50% 오르는 등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내자 ELS 대신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선 개인도 적지 않다. ELS 수익률이 2~3년 전 7% 내외에서 최근 5%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른 여파다.
금융당국이 지난 4월 도입한 ELS 판매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 ELS 판매사는 70세 이상 고령자나 안전자산 선호가 높은 투자자(부적합 투자자)가 상품에 가입하면 2영업일 동안의 숙려 기간을 줘야 한다. 일선 영업점에선 투자자들이 ELS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 두 번 이상 판매사를 방문하도록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는 불만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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